18호-파티왕 쭌
쭌은 겨울이면 늘 힘들다고 했다. 어머니 기일이 겨울에 있는데 추운 기후에 슬픈 느낌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 그래서 쭌은 취직하면 겨울에 파티를 열 거라고 했다.
그때는 아직 쭌이 학생이었고, 파티라고 하면 그저 생일 파티만 알던 때라서 좀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보며
"초대하면 너도 올 거지?"
라는 쭌의 말에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갈게! 준비할 거 많으면, 나도 도와줄게."
요즘은 파티 문화가 제법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최근 유행하는 핑거 푸드가 실은 파티에서 가볍게 집어 먹고 이동하기 편해서 각광받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파티의 종류는 잔치와는 좀 다른 범주로도 나뉘는 것 같다. 우리의 잔치는 경사, 즉 즐거운 일이 무엇인가에 따라 나뉘는 게 일반적인데 파티는 프라이빗 파티, 비즈니스 파티 등으로도 나뉜다. 책에 따르면, 언제나 주된 목적은 축하 등이 아니라 '사교'라고 한다.
어쩌면 쭌은 기일 역시 파티처럼 즐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없는 한 사람을 위한 것보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즐겁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물론, 쭌을 비롯한 원조(?) 가족들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후에 가족이 된 사람들은 전혀 만난 적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슬퍼해야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특히 아이에게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파티의 손님들은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해 동원되기보다 파티에서 사람을 사귀기 위해 온다는 점이 파티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직도 파티를 연 사람과의 친분 유지, 파티의 초대 가수 등이 방문(?) 결정에 큰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점이다. 파티는 중요한 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거기 모인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자나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그저 거들 뿐,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교'하는 것이 파티의 핵심 아닌가. 물론 이때 사교는 사적인 것에 국한되거나, 연애로 기승전결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리라.
테마나 연회 장소에 따라 드레스 코드가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핼러윈 파티의 프라이어를 보고 파티 테마에 맞는 옷과 메이크업을 고민해 본 일이 있었다. 남자들의 코스튬도 있었는데, 마리오 의상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쭌의 말이.
-쭌이 겨울이면 친구들과 홈파티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어가 올려진 브루스케타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지. 봄처럼 따듯한 맛일 것 같다, 쭌의 음식은.
쭌은 나를 떠올릴까. 주류를 준비하며 기네스 맥주를 좋아하는 내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가끔이라도, 아니 한 번이라도 날 초대하겠단 말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 물론 우리가 함께 파티를 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나는 쭌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일 역시 함께하고 싶다. 또 쭌이 나에게 어머니는 어떤 이미지인지를 자주, 실컷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슬픔까지는 힘들더라도, 그리움만이라도 나눌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