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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Jul 31. 2022

기억해줄래

다소 더러운 이야기의 결말

그러니까 7월 28일 목요일 새벽에 일어난 일이야

와이파이 없는 시골집에서 데이터 동냥하며

우영우 변호사 보려고 기다렸는데

결국 애들 재우면서 같이 기절

자다가 1시 넘어 눈을 뜬 거야

졸리긴 한데 드라마는 보고싶고

부스럭 부스럭 일어났지

넷뿔 자막 띄우고 볼륨은 작게 조심조심

조심했건만 막내 녀석이 결국 일나 버림

에라 모르겠다 같이 보자

여기 가끔 고래도 나온단다

갑자기 아이가 쉬하러 가요  말함

가야지 가야지

화장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고 있는

거실을 지나 부엌을 지나 있잖니, 가자 가자

아이가 쉬를 하는 동안

할아버지가, 내 아빠가 일나심

아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아빠가 (잽싸게)들어감

저기 나도 쉬하고 싶은데

에라 마당으로 나가자

기다려 기다려 엄마도 쉬할 거야

아이를 마루에 두고

나는 빨랫줄 아래 자리를 잡는다

얼마 만에 하는 마당 방뇨인가

괜찮아 괜찮아 가로등이 나가도 민원 넣는 사람 없는 시골 마을, 어둠이 든든하게 감싸고 있다규

엄마!

아이가 재촉하는데 오줌 줄기는 왜 또 길어

이런 좀 튄 것 같은데 괜찮아 나만 아는  거야, 흑

아이에게 가자 힘차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데

젠장, 하늘에

갤울트라21로 찍은 사진, 이정도면 훌륭하다

저 많은 눈동자가 날 보고 있었던 거야

엄마!

아이가 다시 날 불러대고

아가야 아가야 이리 온

나는 마루에 서있는 아이를 안고 마당으로 나온다

하늘 좀 볼래  별이 있어

반짝반짝 별 알지? 별이 많아

말이 느린 막내에게 별을 처음 보여준 날

엄마랑 별 같이 본 거야

기억해줄래?


아빠가 화장실을 쓰라고 소리친다

괜찮아 마당에다 쌌어

마당에서 거실을 향해 새벽 2시에

우렁차게 대답한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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