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은빛, 또트, 펭귄, 아뵤 / 포토그래퍼 필재, 데이
<인터뷰 TMI>는 인터뷰어들의 속마음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인터뷰어의 자취를 따라가면 인터뷰의 내용과 구성이 더 와닿을 수 있습니다.
이번 여름 우리가 정한 특집 인터뷰는 ‘음악과 기억’이다.
6명의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애정을 안고 모였다. 각자는 각자의 음악에 대한 또릿한 기억이 있다. 음악을 들을 동안 어떤 빛깔의 계절이었는지. 누구의 얼굴을 마주 보았는지. 무엇을 감각하고 무엇을 떠올렸는지.
인터뷰는 그 이름부터가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르다. 서로(Inter)를 보는(View) 과정은 두 시선이 교차하기 마련이니까. 허나 각자의 이야기를 편집 없이, 에둘러 말할 필요 없이 품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각자의 시선이다. 조금은 더 내밀한 방법으로 음악에 관한 기억을 꺼내보고자 우리는 스스로를 인터뷰했다.
6명의 우리가 서로에게 해준 건 정성스레 음악을 들어주는 일뿐이었다. 아끼는 보관함을 열어보는 심정으로 우리는 서로의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적은 저마다의 감상을 소개해본다.
필재 – 아뵤 |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by The Clash
맥주 한 캔 마시고, 타지에 여행 가는 상상을 하며 들었습니다. 저는 여행 경험이 많지 않은데, 아뵤의 추억이 담긴 글이 저의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은빛 – 필재 | J.S. Bach: Mass In B Minor, BWV 232 / Kyrie – Kyrie eleison (I) by Karl richter & Munchener-Bach Orchester, 1961
삶이 바뀔 수 있을까, 하는 필재의 말이 어렴풋이 와닿아요. 전 왜인지 모르겠는데 고 김수환 추기경 뒷모습이 생각나요. 티브이 프로 ‘다큐 3일’에서 추기경님 장례미사를 다룬 적이 있어요. 무교임에도 참 존경하던 분이라 열렬히 시청했어요. 현실을 살다 보면 어느새 밝고 이상적인 것들이 멀어지고 몸이 사그라들 것 같은 때가 있어요. 위축되거나 바스러지는 게 아니라 사그라드는 때.. 그때 저 다큐를 다시 봐줄 계획이거든요, 다시 부풀도록. 풍선에 바람 넣듯이요. 노래도 그때 함께 들으려고요.
또트 – 은빛 | IDK You Yet by Alexander23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에 반복돼서 나오는 ‘너’라는 존재가 타인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겠다는 은빛의 말에 공감하게 됐어요. 처음에 가사를 볼 땐 미래의 연인이나 영화 <HER>의 주인공에게 있어 인공지능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 그리고 ‘먼 훗날’의 나는 완벽히 낯선, 타인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기억하는 우리의 모습은 살아온 날들에 비해 아주 일부에 불과하기에. 이따금씩 저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을 때, 잃어버릴 것 같을 때, 이 노래를 찾게 될 것 같네요.
펭귄 – 데이 | California Dreamin by The Mamas & Papas
‘경계에 흐릿해진다’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시 노래를 들으며 ‘경계’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주관과 확신이라는 것에 은근한 거부감을 느껴왔는데,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봤어요. 주관과 확신은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하는 반면, 다른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에 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제목에서 등장하는 ‘꿈’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존재로, 모호함의 세계를 구축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신념 없는 사람은 불안정하기보단 포용력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꿈’처럼요.
데이 – 펭귄 | Shinjuku twilight by eddie higgins trio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재즈를 들어요. 이번 여름에는 비가 오던 저녁이면 George Gershwin의 Summertime을 틀어놓고 할 일을 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어요. 분명 달라진 점이라고는 평소에 듣지 않던 재즈를 틀어놓았다는 점인데, 한바탕 음악 감상이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펭귄님 말처럼 재즈는 듣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제 힘들 때는 주변 친구들을 괴롭히는 대신 재즈를 찾아야겠어요.
아뵤 – 또트 | Tommy’s Party by Peach Pit
또트가 이 노래를 듣고 현재를 음미하게 되었던 것처럼, 저는 ‘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쳤어요. 머나먼 사람들이 아니라, 매일 보고 또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참 보고 싶었어요. 아무것에도 치이거나 휩쓸리지 않고, 잃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은 잃지 않은 채로, 온 마음을 다해 다정한 눈동자로 그들을 봐주고 싶었어요. 지금.
당신의 애정이 묻은 음악은 무엇인가.
당신과 나는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번 특집 인터뷰를 통해 음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답을, 나는 얻었다.
음악은 기억을 그린다. 단 4분가량 동안 몇 마디 선율로 각자의 서사를 구현한다. 서사는 같은 음악을 들어도 다르게 구현될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부터가 종잇장처럼 완전히 같은 모양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음악 감상이 다채로워지는 것 아닐까.
기억은 대체로 과거의 것이지만, 음악은 늘 돌고 돌아 다시 현재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언제든 새로이 음미해볼 수 있다. 여섯 곡의 선율이 서로의 새로운 기억으로 존재하길. 이번 특집 인터뷰가 그 발판이 되었길 소망한다.
<기억을 그린 음악> 특집 인터뷰를 음악과 함께 읽어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humansofskku/24
https://brunch.co.kr/@humansofskku/26
인터뷰어 은빛
2022. 08. <기억을 그린 음악> 특집 인터뷰 中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