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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an 05. 2023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인터뷰어 은빛 / 포토그래퍼 데이



* 성균관대학교  박준뷰티랩 김태선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원래도 성대라는 학교를 좋아했어. 아들이 여기 오기를 참 바랄 정도였으니까. 근데 얘는 다른 학교를 가고 어떻게 보니 내가 그 꿈을 이루게 됐네. (웃음) 2019년도에 성대를 왔어. 2년 전만 해도 굉장히 활기찼어. 홍보도 열심히 하고, 학교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그 해 12월에 대청소를 하면서 새 학기에는 더 파이팅 합시다, 하고 있는데. 코로나가 터진 거야. 그때 성균관대는 통제가 엄청 엄했어. 외부인 출입도 금지해서 사람들도 아예 없고. 그래, 한 2년 동안은 정말 힘들더라고. 미용실 문을 닫고 나중에 코로나가 좀 진정될 때 운영을 재개하면 어떠냐는 조언을 학교에서도 박준 측에서도 할 정도였으니까. 그때 고민이 좀 많았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공간을 내가 떠나서 더 유리한 방향을 찾는다는 건 내 자존심에 허락하지를 않는 거야.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든 시기잖아. 그래서 그냥 직원 두 분과 계속 자리를 지켰지. 토요일만 문을 닫고, 거의 매일 가게에 나왔어. 돌이켜보면 힘든 시기였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참 좋아. 사람이 변함없다는, 신뢰감을 남겨둘 수 있어서. 2년 동안 있으면서 나도 성대 일원으로서 조금씩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렇게 한 2년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한 거지. 힘든 시기를 학교에서 보낸 만큼 더 정이 드는 거야. 성대에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해.





    한 이삼십 년 지기 미용인 스터디 모임이 있어. 1년에 두 번 정도를 만나서 각자가 운영하는 미용실 나름의 고객평가 브리핑을 같이 하거든. 그러면서 서로의 고객 유형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해. 이게 미용실을 운영하다 보면, 원장님의 연령층과 비슷한 고객들이 많이 오더라고. 원장이 40대면 30-40대가 많이 오는 거야. 50대 이상이면 고객의 연령층도 같이 높아지거든. 그러면서 한 원장님이 나한테 묻는 거야. 학교에서 일하면서 젊은 학생들이 대부분일 텐데 어때, 하면서. 근데 나는 너무 좋아. 학생들은 그 자체로도 예쁘다 보니까 살짝만 건드려주지. 나이가 주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서 디자인이라든지 하는 부분은 내가 노력을 해야 하더라고. 최신 유행이 굉장히 빨리 돌아가는 게 요즘 학생들이야. 인터넷이나 sns에 도는 유행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빨리 좇아가려는 마인드가 늘 있어. 내가 옛날에 사용하던 방식으로는 너희들하고 맞추지를 못하거든. 나 나름대로 트렌드를 좇다 보니까, 그만큼 학생들한테 더 애정이 가. 그냥 같이 살아가는 느낌이 드는 거지.






    대학 시절에 좀 많이 헤맸어. 내가 유아교육과를 나왔는데, 전혀 맞지를 않았거든. 그냥 자구책이었지, 뭐. 부모님 의견 따라 선택한 게 컸어. 온전히 내 의지로 간 게 아니다 보니까 학교생활에 크게 열정도 없었어. 근데 3학년이 되면 부설 유치원에 학생 교사로 간단 말이야. 그때가 좀 힘들었어. 당시에는 심지어 아이들도 별로 안 예뻐했거든. 참, 애들도 그걸 알더라고. 네다섯 살 정도 되는 애들인데, 굉장히 똑똑해. 이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지 건성으로 대하는지 다 알아. 느껴지나 봐 그게. ‘언니는 선생님도 아니잖아요,’ 하면서 거리를 두더라고. 애들에 대한 애정 없이 일적인 마음으로만 임하다 보니까 서로가 힘들었지. 물론 내 애 낳고 보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 (웃음)


결혼을 내가 일찍 했어. 대학 졸업하고 거의 바로 했으니까. 결혼도 결혼이지만, 그 시기가 나한텐 굉장히 중요했어. 올케의 추천으로 미용 일을 처음 접하게 됐거든. 그때만 해도 미용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 사실 부끄러웠어.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미용 일을 한다는 게 부끄럽더라고. 괜히 사람들 시선도 의식되고. 근데 신기한 게 미용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그런 생각들이 확 사라지는 거야. 나름대로의 최선으로 내 분야를 팠거든. 지식이 깊어지면서 더 사랑하게 되고. 미용을 내가 정말 사랑하게 되니까, 어디서든 떳떳해지더라고. 





    미용 시험이 1년에 두 번만 실시가 돼. 전반기랑 하반기, 5월 9월에 시험이 있어. 근데 내가 그걸 여섯 번을 떨어지고 일곱 번째에 붙은 거야. 시험 응시자가 한 500명 정도 된다고 치면 30명도 안 붙는 시험이었어. 합격자가 한 6-7%도 안 되는 거지. 그만큼 시험이 너무 어려워. 어려운 시험을 6번이나 떨어지는 과정에서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 내가 부족하니까 계속 떨어지는 거라고.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하면 채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거든. 공부를 놓지 않고 하다 보니까 결국 합격을 하더라고. 


    그래도 나 또한 살아온 경험이 있으니까. 그냥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던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한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줘. 생각하는 대로 일이 잘 흘러가지를 않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결국 나 스스로가 제일 잘 아니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나가면 되는 거고. 코로나가 삶을 참 팍팍하게 만들잖아. 시기가 주는 우울함이 있다가도, 학교 와서 학생들 보면 희망을 느끼는 거야. 분명 힘들 텐데, 너무 대단해. 학생들뿐만이 아니야. 교직원들도 교수들도 모두가 정말 열심히 살아. 학교 오면 자극을 많이 받게 될 수밖에 없거든.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언젠가 우리 애가 대학 졸업하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너무 힘들다고. 그때 내가 이렇게 얘기했거든. 내가 너 나이 때는 아이 둘을 기르면서 내 일까지 했다고. 결혼을 일찍 하다 보니까 고생도 일찍 겪었어. 애들까지 낳으면서 더 힘들었지. 남편도 나도 너무 힘들었는데, 절대 놓은 적은 없어.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힘이 돼주니까. 그래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혼자니까 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내가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던 건 우리 애들 때문이었어. 애들이 내가 살아갈 원동력이었거든.


    20대, 참 힘든 시기지. 그 나이에서 오는 힘듦이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외부 자극도 많고 사회에 부딪힌 지 얼마 안 된 시기잖아. 가장 서투를 때지. 그 시기를 내 단단함으로 이겨내는 게 중요해. 그러기 위해선 내가 나를 알아야 하고 내가 나를 가꿔야 하더라고. 돌이켜보면 어리숙했지만 스스로를 알려고 가장 노력했던 시기였어. 20대가 내면에 집중하는 시기라면, 30대는 외부로 뻗어나가는 시기야. 사람들도 만나고 여러 상황에도 부딪혀보고. 일종의 모의시험 같은 때지. 그리고 40대는, 모의시험을 치른 후에 모양이 좀 갖춰지기 시작하는 시기야. 내가 볼 때 가장 멋있을 수 있는 나이가 40대야. 



원장님의 지금은 좋은 시절인가요?


    그럼, 너무 좋지. 지금 50대가 가장 편안해. 어떻게 보면 학생들한테 내가 엄마 또래잖아. 우리 애들 키웠을 때 생각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예뻐. 분명 힘든 시기인데도 학생들이 그 과정을 꿋꿋이 견뎌내는 게 보기 참 애틋하고 좋은 거야. 내가 콩깍지가 껴서 더 그런가 봐. (웃음) 






인터뷰어 은빛 / 포토그래퍼 데이

2022.11.30 박준뷰티랩 김태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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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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