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내게 위로 03화

단지 조금 더 본다

관찰

by 낙유

새로움을 보는 눈


일상에서 감동과 감탄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반복되는 것에서 감동과 감탄 등 긍정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첫 출근, 첫 월급의 감동은 누구나 느끼지만, 계속되는 출근과 매월 받는 월급에 처음과 같은 감동은 없다. 오히려 출근하지 않고 쉬고 싶으며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 월급에 불만이다. 반복은 처음의 감동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인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감동과 감탄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떨까. 차분해 보이지만 차가운, 감정변화가 없는 비판적 사고만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긍정의 에너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기에.


새로움을 보고 느끼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떠난다.

학업이나 일 등 반복되는 삶은 우리를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지어 딱히 하는 것 없이 계속해서 쉬기만 해도 심신은 지쳐간다. 어둠에 잠식되어 작은 점이 되어가는 우리의 하얀 의식을 붙잡는 출구와도 같은 것이 새로움을 갈구하는 마음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거나, 맛집을 찾아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줄까지 서가며 허한 마음과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도 그 이유다. 주말이면 피곤이 몰려와 가만히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체력이 회복된다면 산으로 혹은 바다로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불쑥 머리를 내밀기 마련이다. 익숙함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 감동과 여운을 찾는 것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처방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는 것에는 인색하고 추억과 감동을 사는 것에는 그 씀씀이가 후해야 하는 법이다. 물질적인 소비로 얻는 새로움의 지속효과는 짧다.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물건이 눈에 들어와 사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다. 심지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다가 한참이 지나 이사 갈 즈음에 매우 낡아있는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을 가거나, 멋진 카페, 새로운 음식 먹기, 다양한 운동을 배움으로써 얻는 진득한 추억과 감동, 성취감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중요한 순간에 사진을 찍는 이유도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을 잊지 않고 언제든 꺼내어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제로 새로운 활동을 거듭할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꼭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도 새로움을 찾을 수 있다. 지루하거나 사소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평소보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안에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비밀은 단지 조금 더 보는 것이다. 조금 더 본다는 것은 관찰이다. 관찰은 대상의 다양함을 잡아낸다. 다양함은 새로움으로 다가와 감동과 감탄이 되어 마음의 허함을 달래준다. 매일 출퇴근길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지만 기사님들과 그 컨디션에 따라 승차감도 다르다. 또 어떤 날은 정지선이 자꾸만 어긋나서 사과의 안내방송이 나오는가 하면, 어떤 날은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다는 따듯한 안내방송이 나오기도 한다. 한강을 지날 때 창밖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높이와 밝음을 달리하는 해를 보며 변화를 느끼기도 한다. 이글이글 빛나는 해는 나를 보며 웃기도,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가 이내 표정을 들킨 것이 부끄러운지 더 이상 쳐다보지 못하도록 눈을 감게 만든다. 집에서 돌보는 화분도 똑같아 보이지만 매일이 다르다. 더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이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음이다. 집에 화분을 기르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하지만, 관심을 갖고 정말로 매일을 길러내야 마음의 안정을 가져온다고 본다. 잎 하나하나에 힘이 넘치는지, 추운 날씨에 움츠리고 있지는 않은지, 꽃을 피워낼 준비를 하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저 정해진 시간에 햇빛을 보여주고 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같이 화분을 살피는 것으로 변화와 새로움을 보는 눈을 갖게 되니 작지만 은은한 감동과 감탄이 따라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의 새로움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찾는 새로움이 더 중요하다. 여행은 생각보다 자주 갈 수 없기에 반복되는 삶 안에서 새로움을 보는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루한 반복은 장인을 만든다고 했다. 장인은 반복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진득한 감동과 감탄을 느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을지 모르는, 어쩌면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삶에서 새로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은 매일 감동과 감탄을 느낄 수 있는 기적과도 같다.


그 비밀은 조금 더 들여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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