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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아 Jan 13. 2023

“그냥 달려, 어차피 레이스는 끝나”

달리기를 시작했고, 그 사이 엄마가 되었고, 또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긴장감이 엄습하리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출발선의 분위기는 경쾌했고 다들 즐거움에 가득 차 있었다. “자 모두 다 함께 카운트를 외쳐주세요!!” 10, 9, 8,,,3, 2, 1! 그렇게 시작된 나의 첫 마라톤 대회, 어느새 10년 전이 되어버린 2013년의 일이다. 


  2012년에 대학원에 입학한 뒤로 앉아 있던 시간이 더 많아졌던 나는 운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 때 마침 캐주얼 마라톤 대회가 서서히 인기를 끄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운동=유산소=달리기라는 불분명한 공식에 따라 시간까지 재가며 선착순 신청을 했다. 러닝머신에서 뛰는 것이랑 비슷하겠거니하며 깨작깨작 몇 번 연습을 하며 대회를 기다렸다.


  대회가 가까워지며 대회 주최측이 보낸 브로셔가 집으로 도착했다. 자켓, 신발 등 자사 제품이 가득했는데, 별안간 브로셔 간지에 쓰인 말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달릴 때 사람의 한 쪽 발은 반드시 지면을 디뎌야 한다.” 


  사람의 한 발은 달릴 때 무조건적으로 땋에 닿아있어야 한다는 의미의 문장이었다. 그저 사실을 나열한 명제에 가까운 어구였지만,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달리기라는 행위가 가지는 신체적 한계를 생각하게 했다. 사람이 달리려면 반드시 한 발이 한 팔과 교차하며 나아가야만 한다.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이라면 달릴 때 절대 두 발이 같이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모습이 깡충깡충이든 깡충깡충이든 겅중겅중이든 ‘그렇게는 달릴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인간 신체 본연의 한계를 내재한 운동. 그 순간부터 나는 달리기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새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3년 대회를 나가고 16년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는 공백이 있었지만, 16년 이후에는 달리기를 계속 해왔고, 임신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그 시간을 돌아보니, 한 발이 지면을 박차며 추진력을 얻는 달리기 본연의 면도 좋았고, 학창시절부터 내 장점이라 생각한 ‘지구력’이 단련되는 것을 느끼니 내 기질과도 잘 맞는 운동임을 체득할 수 있었다. 이른바 ‘동적명상’이라 부르는 달리기의 매력, 뛰고 나면 머릿속이 정리되는 개운함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기에 내 성격과도 잘 맞는 운동이었다.


  왜 이렇게 달리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길게 적었을까.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달리기는 운동을 넘어 내 사고방식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난 그걸 ‘체감, 체화, 체득'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지독한 경험론자로서 어떻게 달리기가 그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러너로서,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내 삶을 뒤바꿔놓은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으로서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차피 오늘 하루는 끝이 나고, 2023년 새해도 열 두달만 있으면 끝이 나고, 우리의 삶도 끝이 있다. 우리 삶의 레이스는, 너무나도 유명한 '달리기' 노래 가사처럼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 없이 끝이 있다는 것'을 마주하니, 짧디 짧은 찰나 속에서 여러 정체성을 디딤돌 삼아 '달리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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