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50일만에 다시 달리기

100일 전에 10km도 가능하네요!

by 이달아

2025년에 쓰는 첫번째 브런치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또 다른 글감이 될 방송대 3학기와 실기 시험을 거치니 6월 22일이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름 열심히 (여유 없이)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그 결과는 다른 글에서 공개할게요. (드디어 방학입니다. 드디어!)


내 브런치에 상당수 많은 유입이 역시 '임산부 달리기'이다. 심지어 6개월을 업로드 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구독자가 늘었다. '한강에서의 달리기' 글은 조회수가 4천회를 넘었다. 글은 못써도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다는 걸 브런치 알림으로 느낀다.


그렇다면 이 주제도 다들 관심있으리라. "출산 후 얼마 만에 운동했어?" 내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질문을 받자마자 나는 자신있게 말한다. "몸이 괜찮으면 그냥 해도 돼!" 다만, 해산한 뒤가 초겨울이었으니 눈 딱 감고 조상님들의 빅데이터가 담긴 산후조리를 하기로 결심했고, 아기가 태어나 50일이 되었을 때 러닝화를 조여맸다. 마침, 바깥에는 눈이 날리었다.


새초록인 6월에 지난 12월의 달리기를 복기하자니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 날 뺨에 느껴진 겨울 바람과 눈발은 아직도 생생하다. 평소 눈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출산 후 첫 달리기 날(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좋아한다)에 눈이 온 것 또한 날 환영하는 하늘의 메시지!라며 싱글벙글 문을 나섰다. 9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3개월 간 달리기를 쉰 셈이었지만, 출산 2주 전까지 출근과 걷기를 병행하며 운동한 보람이 있었다. 첫째 때는 코로나 시기여서 바깥 운동을 엄금했던 시기라 비슷한 50일 즈음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어도 1km를 겨우 뛰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뛰면서 스스로 느낀 '5km는 뛸 수 있는 몸이구나'라는 느낌이 나를 더 단단하게 했다. 역시 몸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몸은 정직해!

페이스는 7분 40초. 욕심내지 않고 거리를 채우는 데 집중했다. 가민 액정에 소복히 쌓인 눈을 쓱싹쓱싹 지우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삐빅. 오랜만에 전송된 달리기 완료 메시지. 그 기분은 뿌듯함에 뿌듯함을 더더더한 그것 이상이었다. 그 날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주3회 운동을 인증해야 하는 '코어방'에 전했다.


"나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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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와 더욱 고요해진 세상 속에 내가 살아있음을 일갈하는 출산 후 첫 달리기



가끔 런태기(러닝+권태기의 합성어로 달리기가 재미없어질 때를 일컫는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데, 그럴 때 나는 말한다. 야, 뛰고 싶어도 못 뛸 때를 생각해!(임신 같은 거 말야!는 속으로 삼키고)

실제로 그랬다. 코로나19+첫째 임신 때, 달리기를 (반강제로) 너무 쉬었더니 그 뒤 나에겐 런태기가 없었다. 뛸 수 있을 때 뛰어야함을 절절히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즐거움을 첨가할 목표를 얼마나 다양하게 세울 수 있는 시기인가? 5km 또 뛰어보기, 페이스 줄여보기, 거리 늘려보기, 오르막내리막 뛰어보기, 친구랑 뛰어보기 등.


달리기 참 맛있다, 맛있어! 하는 동안 페이스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고, 어느 날은 천천히 거리도 늘리는 데 도전해 성공하기도 했다. 아, 달리기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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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도와 영하 6도를 넘나드는 겨울 날씨 속 점차 집으로 돌아오는 페이스


그리고 많이 받는 또 다른 질문은 "모유수유 중 달리기 어떻게 해?"인데, 대답은 간단하다. 수유한 직후에 뛰거나 상황이 영 여의치 않으면 유축한 것을 먹여달라고 부탁한다. 수유 타이밍이 안 맞아 엄청 부풀어오른 가슴을 안고 뛰는 경우도 있지만, 그 무게보다 지금 내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가므로(출산 다이어트는 이제 시작,,) 그 정도는 무리도 아니고. 다 뛰고와서 씻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수유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그 정도 땀냄새는 아기가 이해해줄거라 믿으며. 그래, 이게 진짜 엄마 냄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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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622_102207960_10.jpg 달리기 복귀하고 한 달 뒤, 10km를 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났다


달리기 복귀하고 한 달 뒤, 마침 설을 맞아 본가에 간 굿타이밍에 자고 있는 아기를 맡기고 10km를 홀연히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 큰 어려움 없이 쭉쭉 늘어가는 km수에 스스로도 놀란 달리기였다.


그렇게 엄마의 달리기와 함께 어느새 둘째는 백일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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