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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18. 2024

아이가 입원을 하면 참...

자녀가 입원한 날들이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

  아이는 아프면서 자란다. 아기가 태어나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면 참 다행이다. 그러다가 열이 나면서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자녀가 아프면 부모는 비상이다. 특히나 고열이 나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응급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면서 전전긍긍한다. 시간이 지나, 아이는 다시 건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아이는 한 단계 더 성장한다. 부모는 아이가 아플 때 몸도 마음도 참 힘들다. 그러면서 부모가 되어간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 진료를 보러 가서, 의사의 벼락같은 말 한마디를 듣는다.

  "며칠 입원을 해서 치료하며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병원에 외래로 와서 진료를 보고 링거를 맡는 것과 입원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아이가 입원을 한다는 것은 보호자가 한 명 함께 상주해야 함을 의미한다. 부모 중 누군가는 아이 옆을 지켜야 한다. 낮이나 밤이나. 부부는 어떻게 할지 의논한다. 누가 출근을 할지, 누가 밤에 병실에서 잘지. 제발 입원만은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입원을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다.


  첫째를 키우면서 처음 입원한 날을 잊을 수가 없다. 201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백일 지난 아기가 갑자기 열이 난다. 휴일이라 병원이 쉬는데, 다행히 동네 내과의원이 문을 열었다. 아기를 데리고 가보니, 의사가 심상치 않다면서 큰 병원에 가보기를 추천한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아기를 보여준다. 의사가 아기를 확인하고 발에 링거 바늘을 꽂는다. 아기는 자지러지게 큰 울음을 터뜨린다. 간호사가 초보인지 바늘 꽂기를 실패한다. 다시 또 바늘을 찌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쳐 오른다.


출처: 블로그, 달이마밍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가고 다음날 병원을 옮긴다. 대학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어서 보호자가 왔다 갔다 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나마 집에서 가깝고 규모가 있는 병원으로 와서 다시 입원 수속을 밟는다. 다시 또 피를 뽑고, 링거 바늘을 꽂는다. 아기 발을 잡고 피를 짜기 위해 꾹꾹 발을 짤 때, 아기는 또 자지러지게 울고, 한 방울씩 시험관 속으로 떨어지는 피는 왜 그리도 아까운지. 링거줄을 달고 있는 아기는 불편해서 어쩔 줄 모른다. 잘 때는 링거줄이 꼬이지 않도록 계속 신경 써서 봐야 한다.


  그렇게 며칠을 병원에서 지내다가 아기의 상태가 호전된 듯하다. 이제는 퇴원을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담당의사에게 퇴원 의사를 밝히니 우리 부부를 호되게 꾸짖는다.

  "아니, 아기가 완전히 다 나아야 나갈 것 아닙니까?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시겠어요. 다시 또 입원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또 며칠 더 입원을 한다. 의사의 말이 맞다. 어른의 사정도 사정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기의 회복이다. 완쾌되어 집으로 돌아온 날, 너무나도 행복하다. 아기와 우리 부부 모두 집에서 다 같이 자는 것이 이토록 기쁠 줄이야!


  아이가 아프면 정말 올 스톱이다. 직장에 사정을 말하고 연가를 낸다. 아기 옆에 붙어 있어도 힘들고, 직장에 갔다가 밤에 돌아와 병원 침대에서 자는 것도 힘들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아이가 나아서 퇴원을 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입원하고 직장 출근을 조정하는 일이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것도 면역이 생기는지, 두 번째, 세 번째 아이가 입원을 하니 처음보다는 마음의 동요가 심하지 않다. 이 시간 또한 지나가리. 얼른 나아서 퇴원하자는 마음으로 입원 짐을 싼다.


  아이가 세 번 정도 입원을 하니, 입원에 대한 부담감도 두려움도 점점 줄어든다. 입원이 결정되면 아이가 놀 장난감, 책, 보드게임 등도 많이 챙겨서 병실로 가져온다. 당시 둘째가 태어나지 않아 첫째는 우리 부부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병실에 가족 다 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직장 생활하랴, 집안일하랴, 애를 잘 챙겨주지 못하니까 아파서 입원을 하네. 입원해서 온전히 우리가 아이를 챙겨주고 항상 곁에 있으니 애가 참 좋아하네. 이런 시간이 필요해서 아팠나 보구나!'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입원의 모습이 달라졌다. 아이가 둘이니, 부모 중 한 사람은 병원에, 한 사람은 집에 있어야 한다. 둘째가 입원했던 시기가 있었다. 보석 같은 사람과 교대를 하고 밤에 집에 왔다. 첫째가 나를 반긴다. 나는 첫째에게 말한다.

  "우리 치킨 시켜 먹을까?"

  "우와. 아빠 최고!"

  치킨을 시키고, 편의점에 가서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캔을 사 왔다. 첫째와 둘만의 시간. 치킨을 먹으면서 볼 영화를 고른다. 내가 어렸을 때 본 '후크'라는 영화를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출처: 븡로그, 슈니

  첫째에게 있어서는 둘째가 아파서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신경을 잘 못쓰는 시기에 아빠랑 치킨을 먹으니 마냥 행복하다. 아빠랑 무슨 영화를 봐도 즐거울 것이다. 나는 첫째와 '후크'라는 영화를 예전부터 함께 보고 싶었다. 집에 있는 오락기 화면에 나오는 피터팬과 친구들이 나오는 영화를 첫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병원에 있는 여보와 둘째에게는 미안하지만, 첫째와 영화를 보며 치킨을 먹는 이 시간도 참 소중하다. 그렇게 우리 둘만의 추억을 만들었다. '치킨과 후크'로 그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첫째가 오랜만에 입원을 했다. 기침이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호흡기 검사를 했는데 '마이코 플라스마'폐렴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병인데 잘 안 나서 입원치료를 많이들 한다고 한다. 입원하여 보호자가 붙어 있어야 함이 불편하지만, 첫째가 5학년이라 크게 손이 가지는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니 입이 심심하다. 과자를 먹고 싶어서 첫째에게 물어본다.

  "과자 사 올 건데, 무슨 과자 먹고 싶노?"

  "짭조름한 거."

  인근 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과자를 사 온다. 아기가 아니라, 잠시 자리를 비워도 마음이 놓인다.

  "우와 과자파티다."

  "오늘 조금 먹고, 내일 또 먹자. 아껴 먹자."


  우린 과자를 먹고 영화를 한 편 같이 보기로 한다.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것을 찾아본다.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첫째에게 '사도'를 함께 보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 의심 많고 자기애가 강한 영조 밑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사도세자. 그러면서 점점 미쳐가는 사도세자. 영화를 보다가 아들에게 물어본다.

  "누가 잘못한 거 같노?"

  "영조가 너무한 거 같은데."

  우리에게는 또 우리 둘만의 영화가 생겼다. '사도'라는 영화를 떠올리면 병실에서 아들과 함께 본 영화로 기억되겠지.


  오랜만에 아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둘이 함께 식사를 하고, 티비를 보고, 책을 본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아이는 유튜브를 보고 나는 브런치에 글을 적고. 입원치료가 부담은 되지만 아이가 호전되는 것이 보여서 다행이다. 기침이 현저히 줄었다. 얼른 완쾌하여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길 바란다. 병실에서의 보호자 잠자리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있기에 집에 돌아와서 누웠을 때 더욱 편안함과 행복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아이가 아프면 간호를 하면서 부모는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다. 그러다가 입원이 결정되면 부부는 멘붕이 온다. 누가 연차를 쓰고 아이 옆에 있을지 의논해서 정한다. 밤에 아이 옆에서 쪽잠을 자고 다음날 바로 출근하기도 한다. 아이의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드디어 퇴원하는 날이 되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하늘은 그렇게 부모를 담금질하여 진정한 부모로 만들어 준다. 고진감래. 쓰디쓴 아이의 아픔 뒤에 찾아온 건강은 더욱 큰 즐거움을 준다. 부모는 아이를 돌보며 나지막이 혼잣말을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 가족 모두 안 아프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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