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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Nov 20. 2024

담임은 한 아이를 위한 보모가 아니랍니다.

한 반에 아이들은 스무 명 넘게, 담임은 한 명. 모두 챙겨주고 싶지만.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나라에서 주는 월급을 받는다. 초등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초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담임은 아이들이 등교하면 수업 및 일과를 진행하여, 학생들이 잘 지내다가 하교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아이들은 스무 명이 넘고 담임은 한 명이다. 모든 아이들을 정성스레 다 챙겨주고 싶지만 현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눈에 띄는 아이, 민원이 들어오는 아이를 챙기게 된다. 학부모에게는 자신의 자녀가 제일 소중하지만, 담임에게는 반 아이들 모두 소중하다.


  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들은 단체생활을 배운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 상대방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 말 그대로 '사람공부'를 하기 위해 좁은 교실에 모여서 생활한다. 사실 단체생활은 피곤하다. 밥을 먹으러 갈 때 줄을 서야 하고, 수업 시간에 떠들고 싶어도 조용히 해야 한다. 내가 먹고 싶은 과자나 간식을 들고 와서 먹을 수도 없다. 그 반을 맡고 있는 담임의 학급 경영 방침 아래 일 년 동안 아이들은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한 규칙과 틀 속에서 지내기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을 때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입장을 취할까? 예를 들어 아침에 등교하여 8시 40분부터 9시까지는 조용히 아침 독서를 하는 반이 있다. 그 반 아이들은 등교하여 조용히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보고 싶은 책을 본다. 유독 한 아이가 정숙한 분위기를 참지 못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장난을 친다. 교사는 그 학생에게 자리에 앉아 책을 보라고 말을 한다. 학생은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아침시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분위기를 흐린다. 아침에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 시간을 갖고 싶은데, 한 학생으로 인해 독서지도가 참 힘들다.


  담임은 그 학생의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침 독서시간에 000이 책을 보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장난을 칩니다. 지도가 참 어렵네요. 가정에서도 아침 독서시간에 조용히 책을 보는 것을 지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선생님. 죄송합니다. 우리 아이가 아침에 등교하면 조용히 책을 보도록 집에서도 말할게요."

  이렇게 대화가 흘러가면 참 다행이다. 사실 담임이 학부모에게 이런 연락을 취하고 부탁하는 것은 정말 어찌할 수 없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학부모도 그런 연락을 받으면 싫어할 것을 알기에.


  하지만 대화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000이 아침 독서 시간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많이 해요. 가정에서도 지도 바랍니다."

  "우리 000이 자기가 수긍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아이라서요. 아침에 독서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를 않네요. 아침에 독서 말고 다른 활동을 우리 아이가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담임은 아침 시간 모든 아이들이 조용히 독서하기를 바라지만, 그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아침에 다른 활동을 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임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먹고살기 바빠서 담임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담임을 전적으로 신뢰하여 믿고 맡겼는지, 정말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담임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우리 담임선생님'이라고 말하며 선생님을 대함에 있어서 조심스러움과 약간의 존경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담임을 대한다. 조금 과하게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니 내가 이 정도는 요구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담임을 대하는 학부모도 종종 보인다.


출처: 블로그, 워크플러스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날이다. 아침에 교실에서 인원 점검을 하고 버스에 탑승하려는데 한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 담임은 그 학생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000이 아직 등교하지 않아서요. 무슨 일 있나요?"

  "아.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서요. 지금 바로 보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버스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10분 내로 안 오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이를 카카오택시에 태워서 보낼 테니, 목적지에서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를 좀 받아주시겠습니까?"

  "우리 반 아이들을 제가 인솔하고 있어서...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과연 담임과 학부모는 이러한 대화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현장체험학습 장소에 가서 반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데, 한 아이가 택시를 타고 도착한다면 일정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생 혼자 택시를 타고 온다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학부모는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였을까? '담임이 그 정도도 챙겨주지 못하나?' 하는 마음에 서운함을 느낄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아이를 혼자 택시에 태워 보내는 것이 괜찮은 일일까?


  고학년이 되면 놀이동산으로 수학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을 가기도 한다. 몇 명씩 조를 만들어 조원들끼리 돌아다니며 놀이기구를 타며 하루를 보낸다. 담임은 놀이동산에 도착하여 나중에 모일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고 아이들을 풀어놓는다. 만에 하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담임에게 연락하라고, 자신의 몸을 챙기면서 놀이기구를 타라고 제차 강조한다.

  "놀이기구를 연속해서 몇 번 계속 타면 토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컨디션을 잘 체크하세요. 내 몸이 안 좋으면 친구들이 놀이기구 탈 동안 쉬었다가 타도록 하세요."

  "다른 학교 아이들과 괜히 시비 붙어서 패싸움하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서로 눈빛이 마주쳐서 싸움이 벌어질 지경이 되어도, 그 상황을 피하도록 하세요."


  그날 아무 사건 없이 아이들이 잘 놀다가 모여서 학교로 복귀하면 참 다행이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떤 학생이 기념품가게에서 물건을 훔쳐서 직원의 연락을 받기도 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싸우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코피가 계속 흘러 멈추지 않는다며 담임에게 연락을 하기도 한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던 한 학생은 급기야 담임에게 연락하여 열이 난다면서 약 먹고 쉬고 싶다고도 한다.


  PD수첩을 보니, 한 학생이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목이 말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 엄마는 아이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학교 측에 연락을 한다. 그 학생이 몸이 안 좋아 약을 먹고 있는데, 그 약을 먹으면 입마름 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싶다. 담임이 물을 챙겨서, 줄 서있는 그 학생에게 갖다 주기를 바란다. 담임은 물이 필요한 학생에게 물을 가져다주는 역할도 해야 할까? 그 학생이 너무나도 목이 말라 물을 먹고 싶다면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물을 사 먹으러 가는 방법도 있을 텐데.


출처: 블로그, 도로시의 소풍

  담임은 반 아이들을 잘 챙겨야 할 의무가 있다. 각 가정에서 너무나도 귀한 아이들이기에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대해준다. 담임은 어느 선까지 아이들을 챙겨주어야 할까? 소위 말하는 상식선에서 챙기는 것이 맞는 듯한데, 지금은 상식이 어느 선인지 모호한 것 같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맞춤 서비스를 담임이 제공해 주면 참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담임은 학생 개개인을 챙기는 보모가 아니다. 담임은 한 학급을 이끌어가는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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