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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뽕 Jul 20. 2016

너는 내 운명 VS 내 인생은 나의 것

아이는 엄마 아바타가 아닙니다

(사진출처 : http://kimsujung.co.kr/80128172162)


직장생활이 10년이 넘어가면서 어느 순간 나는 워킹맘이 당연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건강이 망가져도, 나의 상황이 어떻더라도 나는 "돈을 버는것"이 당연한 사람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반응에서 였습니다.

결혼 14년중 작게는 6개월 많게는 수년씩 저는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작은아이를 가지고 임신 7개월째 교통사고로 회사를 사직하고 아이를 양육한 3년을 빼고 말입니다.

한직장을 이만큼 오래다닐순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내 의지에 반하는 수많은 변수가 생겼고 제가 아이를 키우던 십여년전에는 지금처럼 시간외 보육이 잘 되어있지도 않았거든요.

그땐 운전도 못해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기 때문에 새벽같이 집을 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밀어넣고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가 다시 어린이집으로 와서 한아이는 업고 한아이는 뱃속에 넣은채 퇴근을 하길 반복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가사 노동이나 육아를 "직업" 또는 "노동"으로 인정해주시지 않으셨습니다.

전업주부였던 시절, 늘 엄마의 존재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시면서도 저는 늘 "노는 사람"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저를 "장로"라고 부르셨을까요....장~ 노는 사람이라고....

저는 밭맬래 애볼래 하면 밭매지 애 안본다는 불량엄마입니다.

그게 왜 불량 엄마인지 도저히 지금도 이해할수 없습니다.

왜 엄마는 늘 희생하고 자신을 뒤로 미뤄야하는 존재인지, 왜 그것이 단 하나뿐인 진리와 가치인 모성의 모습인지 전 지금도 받아들일수가 없습니다.

저는 저의 사회적 역할이 단지 남편의 수입을 서포트하는 부업따위로 치부되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물론 그 인정은 지금도 가정의 어느 누구에게도 받지 못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 저를 보며 어머님이 제일 많이 하신 말씀은 넌 몸도 안좋다며 학교는 뭐하러... 입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란 소린 한번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시댁에 갈때마다 마치 확인하듯 회사는 잘 다니니? 하는 것이 너 내아들 등에 빨대 꽂지 마라는 경고처럼 들릴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워킹맘으로 공부를 시작하며, 한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지만 남편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방통대 나와서 뭐할건데? 그까짓거 해서 뭐하게..."

한번도 내가 이룬 성과를 충분히 칭찬받고 인정받지 못한 내적 불행이 있는 저의 자존감은 결혼을 ㅎㅏ고 바닥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엄마가 하는건 늘 그까짓거, 겨우, 이렇게 치부되기가 일쑤입니다.

밤을 새며 레포트를 쓰고 주방 구석에서 스탠드 하나 켜놓고 공부하다 쓰러져 잠이 들어도 제가 힘들거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가 왜 저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지?

왜 나의 가치를 남에게서 찾는거지?


사람은 누구나 인정과 칭찬에 고파합니다.

남들의 인정만큼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도 없습니다. 박수를 받고 나아가는 길은 마치 칸에 초청된

일류 여배우처럼 가슴이 쫙 펴지고 레드카펫을 밟는 가슴벅참이 함께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사라지고 박수소리가 사라진 뒤, 무대의 뒤에서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나는 나로서 우뚝 서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홀로 내 가치를 인식한다는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우린 잘 압니다.

그래서 살면서 누구나 위로가 필요하고, 가끔은 마음을 맞댄 온기도 그립습니다.


어제 작은아이 학부모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엄마들 모임을 잘 나가지 않는 저는 작은아이가 임원이어서 어쩔수 없이 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생각보다 놀라웠던건 약 10명정도의 엄마들 사이에 저 빼곤 아이를 1:1 과외를 시키지 않는 엄마가 없었고,

당연히 올백을 맞는게 만연한 분위기였고, 심지어 대다수 글짓기, 피아노, 미술까지 다 시키고 있었습니다.

중1인 아이들은 이미 고등학교를 정해놓고 내신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집 중1은....성적이 중하위권인데.....고입이 폐지되어 내신으로만 고등학교 지원이 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어쩔수 없이 가는 입시학원 하나를 빼고는 저는 아직 공부로 아이를 닥달할 생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조금 덜 좋은 고등학교 가는게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해본 일도 없고, 그것을 실패라고 여긴다면

본인이 노력을 해야지 제가 다그쳐서 억지로 밀어넣은 학원이나 과외가 아이 머리에 들어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자기 갈길을 찾아갈거란 믿음으로 지켜봐주고 있을뿐 선택은 아이몫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의 엄마로 살며 불안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전 믿어주는 것 말곤 달리 해줄말이 없습니다.


그 열성적인 엄마 아홉명중 스스로를 위해 무언가를 도전하는 엄마가 없다는건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아이의 1등이 내 인생의 1등인양 엄마들은 열을 내며 현 교육에 대해 열변을 토했는데 거기 어디에도

나 자신은 없었습니다. 아이의 1등이 나의 1등이 아닐진데, 저 아이가 다 자라 화려한 조명뒤로 퇴장한 후

텅 빈 나의 무대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요?

그때 아이가 나의 희생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으면, 저 열정이 억울해서 저같으면 화병으로 드러누울거 같은데..

순간 나의 모성을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낳으며 엄마로 살아야한다는 강요를 지금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로 태어나 나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24년을 살았고, 엄마로 14년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나일뿐

거기에 엄마라는 역할이 추가되어 나의 일부가 엄마인것이지, 엄마의 일부가 내가 아님을 난 여전히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이기적이라고 수도 없이 욕하고 질책했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희생의 잣대가 모성의 척도라면 그 희생이 허무하거나 억울하지 않아야 하는데 대다수 엄마들은 갱년기를 지나며 허무해집니다. 자식도 다 크고 남편도 자리를 잡았는데 어디도 없는 나는.....

그럼 모성의 척도라는 희생의 의미가 대체 엄마에게 주는 건 뭔가요?

억울하고 피폐해진 내 무대위에 이미 퇴장해버린 잘 커준 자식이 내 무대의 주인공은 아닌데 조연을 위해 주연은 무엇을 한걸까요?


저는 스스로의 자존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불꺼진 무대뒤에서 박수가 들리지 않아도 나는 외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스로의 가치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도 저마다 다릅니다. 내스스로의 자존을 높이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내가 억울하지 않을 방법으로 살아가면 된다는 겁니다.

희생하지 못하는 엄마라고 해서, 내가 더 중요한 엄마라고 ㅎㅐ서, 아이를 온전히 케어할수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가 삶의 전부라는 가치관을 갖든, 내가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든 그건 스스로의 가치에 따른 선택이지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본인것이라 억울해하거나 울지 말자는 생각입니다.



저도 아이가 사춘기가 시작되며 문득 생각합니다.

이러려고 엄마가 됐나...나쁜 것들, 내가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그옛날 엄마들의 레파토리가 떠오를때마다 생각을 다잡습니다.

내가 돈을 벌고 학원을 보내는건 아이를 위한 일이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 내 선택이니 그 책임을 아이에게 지우지는 말자. 내가 돈을 버는 것이 나의 발전을 위한 것이든, 아이의 교육을 위한 일이든 내가 이만큼 너희를 위해 하는거니 너희가 고마워해야하거나 나에게 무언가 그만한 대가를 가지고 와야한단 말은 하지말자.

이건 나의 선택이니 너희는 너희의 선택에 의한 길을 가거라, 단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스스로에게 위해를 가하는 길이 아니라면 선택을 책임지며 꿋꿋하게 나아가거라. 라고 말해주자.

물론 이게 어떻게 쉬운 일일까요....정말 뭐같은 성적표 볼때마다 울화통이 치솟는건 저도 마찬가지 인걸요.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억울하지 않기위해 우리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 아이에게 주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그 짐이 자못 아이도 무거운 짐이 될수도 있다는것 한번쯤 생각해보는 오늘이길 바랍니다.


날이 오늘도 많이 덥대요....연일 30도가 훌쩍 넘는 습한 여름...

서로서로 한번 더 웃어주며 아이와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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