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날숨

송이눈, 함박웃음꽃

by 허수민


- 함께 들으면 정말 좋을 음악 : 겨울잠 (아이유)




오늘 창밖에 눈이 흩날리는 것을 보다 문득, 그 모습이 손 닿으면 금세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깃털이 내리는 모습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문득 눈이 내릴 때면, 하늘로 간 로이가(함께 했던 반려조) 땅으로 안부를 보내오는 것만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처음에 눈이 내리는 걸 볼 때 느꼈던 마음은 야속함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기별을 했는가 하여, 하늘을 보며 투정했더랬죠. 좀 더 일찍 올 줄 알았어요. 근데 가만히 눈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다 보니, 그건 어쩌면 로이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때에 오면 저의 소식에 제가 뻔히 울 줄 알고, 나부끼는 눈을 보고 마음 편히 무너져도 되는 때에 맞추어 온 듯했어요. 아니면 제 때에 기별을 보냈는데 저 편의 하늘에서 이곳의 땅까지 오느라 자그마한 시차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모두 저 혼자만의 상상이자 바람일 수도 있겠구요.



그래도요, 저는 로이가 기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땅에서 하늘을 볼 수 있듯, 하늘에서도 땅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로이가 저를 아예 잊어도 괜찮아요. 로이가 기별 준 것이 아니라도 괜찮은 것 같아요. 혹시 모릅니다, 땅으로 하늘 소식을 전해주는 천사가 있을지…

나는 잘 있다고 너도 잘 있었으면 좋겠다고, 혹은 아이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다고 당신도 잘 지냈으면 한다고 분명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거라고 로이나 천사들 중 어느 누군가가 이 땅으로, 한 해의 끝에는 연말 인사를, 연초에는 새해 인사를 부지런히 전해오는 게 아닐까 하구요.


어쩌면 각 사람들을 향한 저마다의 따스한 안부들이 포근한 눈송이 하나하나에 담겨 오는 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하며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곤 합니다. 모든 사람이 눈 내리는 순간만큼은, 저마다의 마음속에 하늘로 먼저 떠나간 이들이 떠올라도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당신의 새로운 한 해를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가장 새하얀 마음이 담긴 송이눈들을 보며 저마다의 마음속에 함박웃음꽃들이 가득 피어났으면, 그렇게 이르게 다가온 봄의 향기를 배고 자주 쉬었다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송이눈 : 한 송이 한 송이 잇달아서 촘촘하게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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