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 : you're in a good place | a playlist (유튜버-Selena)
(https://www.youtube.com/watch?v=yOElNzJxtgw )
아침이 일어나면 맞물려 깨어난 세상 소리에 몸을 일으켜 암막 커튼을 걷으며 나는 방에 내려앉은 어둠을 젖혀냅니다. 내게 아침은 정오를 지난 시각인데, 걷힌 커튼 창 뒤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이 맞이할 때가 있는가 하면 온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 마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늘 아래로 구름이 드리우고 흩어지며 어떤 표정을 만들어내던, 그 너머 본연의 하늘은 낮엔 변함없이 푸르고 밤엔 깊은 쉼을 주는 얼굴이라는 변함없는 진실이 언제나 우리의 세상을 품고 있네요.
유독 내 마음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어쩐지 푸른 하늘이 너무 쨍해 보여 눈이 시린 것 같곤 해요. 그럴 때면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듯 숨을 푹 내쉬어 군데군데 숨결을 닮은 구름을 그려 넣어 좀 더 포근한 모습의 하늘로 만들어 봅니다. 그늘 한 점 없이 쨍 한 푸름 가운데 곳곳이 놓인 솜이불에 잠시 몸과 마음을 뉘었다 가곤 하는 것이지요. 한 치 별도,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둑한 밤하늘이 뜬 날은 이대로 영영 밤 가운데의 어둠이 지속될까 봐 두려울 때가 있어요. 무사히 아침을 볼 수 있을까 하고요. 당신도 그럴 때가 있나요. 그럴 땐, 사랑하는 사람의 감은 눈에 뜬 초승달 빛깔을 혹은 봄에 보았던 개나리의 노란 웃음을 빌려와 어두컴컴한 밤을 캉캉하고 짖으며 몰아내 줄 것 같은 강아지 꼬리의 살가운 흔들거림을 닮은 별을 총총이 그려 넣어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어볼까요. 당신이 만든 별자리와 제가 만든 별자리를 서로서로 이으면 또 새로운 별자리가 될지도요. 왜 더 이상 별이 안 새겨지지 할 때면, 벌써 아침일 거예요.
당신은 어떤 시간의 하늘을 좋아하나요. 나는 어떤 시간의 하늘을 좋아할까요.
혹은 당신이 좋아하는 하늘의 모습은 어떤 계절과, 장소와 시간 빛깔 등을 지니고 있나요. 나는 또 어떠려나요. 그 하늘을 좋아하는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같은 걸 좋아해도 그 속에 깃든 저마다의 제각각의 빛깔을 지닌 이유들도 궁금합니다.
요즘은 낮이 밤보다 더 길어져 가는 시기라고 합니다. 겨울의 한창을 넘어온 걸까요. 추울 때의 떨림은 두려울 때 마음 동네 곳곳이 흔들리는 순간을 닮은 것 같아요. 저는 더위에 무르면서 동시에 추위에도 취약해요. 그래서인지 겨우내 밖에 다닐 때면 온몸의 떨림도 부족해 이따금 딱딱딱 이빨까지 부딪혀가며 추위에 떨곤 합니다. 더위에 약하면 추위에라도 강하거나 혹은 그 반대인 게 공평한 게 아닌가 싶은데, 계절의 온도에 따른 몸의 온도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할 뿐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마스크 안쪽으로 온 김이 피어올라가 안경에 수증기가 서리게 됩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어김없이 안경 렌즈의 투명한 창 위로 흰 김이 서립니다. 게다가 밤이었던 터라 앞을 보기가 더 어려웠어요. 마음도 살짝 쭈그리게 되더군요. 요즘 동네 주위 곳곳에서 공사가 한창이라 잘못 걸었다간 전선에 걸려 넘어지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그래서 추위에 떠는 몸뿐만 아니라 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으로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러다가 켜진 가로등 불빛과 마주하게 되었어요. 눈 위의 안경, 안경 위에 서린 김. 희미해진 시야 너머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 새하얀 빛 안에 무지개가 담겨 있더군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김이 서린 안경을 쓰고 밤길을 걸으며 도로 위에 세워져 있는 가로등의 불빛을 볼 때면, 불빛 주위로 원형의 무지갯빛 고리가 둘려져 있는 걸 보게 돼요. 이걸 두고 프리즘 작용이라고 일컫더군요. 김 서린 안경 너머 백색의 가로등 둘래에 어김없이 띄어져 있는 무지개 고리들을 멍하니 보다가 생각했습니다. 단 하나의 하얀빛도, 여러 색이 층층이 담긴 무지개도 실은 같은 빛이었던 게 아닐까 하고요. 렌즈 위에 서려 있는 김을 닦아내면 불빛은 언제 무지갯빛을 띄었냐는 듯, 다시 새하얀 빛입니다.
실제로 빛이 그렇다고 합니다. 갖가지 색깔의 빛들이 더해질수록, 새하얀 빛이 된다고 해요. 더해져 가는 다채로운 빛들은 세상을 어지러트리는 게 아니라, 보다 더 환히 비추는 새하얀 빛으로 가게끔 하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도 그런 거 아닐까요. 저마다 지닌 가지각색의 고유한 빛들. 세상의 여러 빛깔들은 세계를 어지럽히는 게 아니라,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동시에 하나의 새하얀 빛으로 보다 가깝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어느새 현관 앞에 도착했어요. 추위도, 밤도, 두려움도 언뜻 보면 짓궂어 보였는데 덕택에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하게 되네요. 그들 또한 그저 있는 그대로의 각자의 색체를 지닌 아름다운 빛깔들이네요. 감사합니다.
cf) - 제목의 프리즈메틱(freesmatic)은 실제 있는 용어인 prismatic(프리즘으로 형성된)이란 단어에서 차용하여 변용한 것입니다. 프리즘은 빛의 분산이나 굴절을 일으켜 빛을 분석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쓰이는 건 삼각기둥 모양의 프리즘으로, 해당 프리즘에 백색의 빛을 쬐면 서로 다른 각도로 굴절하는 백색 빛의 파장 특성에 따라, 프리즘을 통과해 굴절되면서 붉은색부터 보라색까지 무지개 빛깔의 스펙트럼이 나타나게 되는 걸 볼 수 있니다. 또한 굴절률이 유리와 비슷한 물질이고 투명하면 무엇이든지 프리즘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 허수민 ::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도 쉬어가야 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