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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릭스 leex
Jul 12. 2024
수입0원 무명작가, 1년 만에 특강요청이 왔다 ①
조직문화로 먹고 살 수 있을까?
2022년 가을, 조직문화 관련 책을 출간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책이 출간된 직후 후회했다
'밑 MEET'이라는 새로운 조직문화 콘셉트를 중점적으로 내세우고 싶었지만
트렌드라며 난데없는 'MZ세대'가 제목의 전면에 등장한 것도 썩 내키지는 않았다
내용면에서도 부족했다
'밑 빠진 독'이라는 나름 새로운 콘셉트의 스토리텔링에는 확신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솔루션이 부족한 데다 완성도면에서도 여기저기 빈틈이 보였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책의 완성과 함께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책을 냈다는 성취감보다
자책이
컸
다
'애초 초고에 빈틈없었다면
이런 결과물도
없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나름 팔렸다
트렌드라던 'MZ세대'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1500~2000부로 알고 있던 1쇄가
얼추 다 팔렸다
(1년 후 정산보고를 하면서
출판사는 내용을 손보고 제목을 고친 후
중쇄를 내자고 제안했고
나는 차마 그러자고 하질 못했다)
국내 메이저 언론(개인적인 성향은 정반대이지만)에도
책 출간 소식이 단독으로 실렸고
심지어 기자의 요청으로 인터뷰도 했다
Y뉴스전문 채널에서도 연락이 와
북토크 형식의 인터뷰를 찍기도 했다
워크숍, 강연 요청도 잇따랐다
그것도 글로벌 대기업, 교육청, 교육청 산하 기관, 국내 1위 대기업 등
이름만 들어도 대번에 고개를 끄덕일 곳들이었다
출간 후 불과 1~2개월 사이에
벌어지는
그
상황들이 생소하고
급기야
두렵기까지 했다
특히 방송출연은 부담스러워 고민 끝에
고사를 했는데, PD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는 말을 하는 바람에
번복하고 말았다
10월 늦가을, 광화문에 위치한
Y뉴스채널 본사를 방문했을 때는
긴장해서 점심도 거를 정도였다
비록 17년간 회사에서 교육, 조직문화 업무를 하며
사내 강사, 워크숍 진행자로 서본 경험은
수백 회에 달했지만,
회사 밖의
상업적
강연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초짜나 다름없었으니 내 정체가 들통나면 어쩌나? 싶었다
시간당 50에 달하는 강연료를 받을 때도
이 돈을 내가 받아도 되나?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사기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첫 판부터
끝판왕 격인 클라인트들을 만나
강연이나 워크숍 자체는 나름 괜찮게 소화해 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
신감도 생겼다
거하게 물꼬는 텄으니 홈페이지도 개설하고
얻어걸린 클라이언트들을 에비던스 삼아
홍보하고 이어나가면
될 일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기세는 쭉 이어지지 못했다
책 신간효과가 사그라들자
거짓말같이 각종 요청도 사라졌다
비로소 깨닫게 됐다
지난 몇 개월의 일들이 어디까지나
'초심자의 행운'이었다는 사실을
프로의 시장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라는 진실을
그 후
'밑 MEET 빠진 회사' 콘셉트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솔루션을 구체화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만 몰두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고뇌의 시간
나 스스로도 이만하면 됐다
후회 없을 책을 다시 내고 시장의 정당한 평가를 받을 때까지
절치부심하기로
1년에 1권씩 책을 내기로 한 계획도 틀어졌다
강연, 워크숍을 통해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 계획도 무용지물이 됐다
다시 무소득의 시간, 깜깜한 터널 속으로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이 더 흐른 5월의 어느 날
"띵동~"
메일이 한통 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동시에 든 생각은
'나는 다시, 강연 현장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나?'
불과 1년여 전 신간을 내고
이름도 거창한 대기업, 공공기관, 메이저 언론사의
워크숍, 특강, 강연, 인터뷰
요청을
턱턱
받던
무모함에
비하면,
확실히 움츠러들었다
강연료가 얼마인지
몇 시간이나 하는 것인지
지역이 어디인지
따위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오직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가치'가 있는가?
에 대한 답이 필요했을 뿐
나는 정말 준비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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