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릭스 leex Jul 15. 2024

수입0원 무명작가, 1년 만에 특강요청이 왔다 ②

기다리는 마음

①편에 이어서...

https://brunch.co.kr/@hurator/653


'여전히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거절해야 할까?'


'부족해도 실전경험을 쌓아가면서

실력을 높여가는 거지,

뭘 망설여?'


라는 두 개의 마음이 부닥쳤지만

생각보다 저울추는 금세 기울었다


지난 1년여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졌다


다음날 아침

PC를 켜고 회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릭스(이XX) 입니다~
전주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눈이 번쩍 뜨이네요 ㅎ

6월 중순이라면 가능할 듯싶고요
정확한 날짜와 시간, 회차수, 참석 대상자와 강연 형태(워크숍인지, 특강인지)
그리고 현재 xx과학원이 갖고 있는 조직 관련 최우선 현안(문제점이든, 지향점이든)을
알려주세요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릭스(이xx) 배상

이 짧은 문장 몇 줄을

한시간이 넘도록

얼마나 썼다 지웠다 했는지...


갈급하지 않아 보여야 하고,

단호하면서도 세련된,

프로페셔널의 냄새가 나야 한다


백번을 확인하고 점검한 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회신버튼을 눌렀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홀로 밥을 차려먹고 자리에 돌아와 앉으니

'띠링~'

때마침 메일 도착 알림이 울렸다

'꿀꺽~'

또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빠른 회신을 주시고 감사합니다.
솔직히 회신을 주실지 크게 기대 안 했거든요.
이렇게 뜬금없이 메일 보낸것도 딱한번 처음이구요.

팀장님께 보고 하였더니...
작년 하순에 '세대간 소통'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었다고 하면서
5.29.까지 직원들한테 추천을 받아보고 결정하시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그런데... 죄송하지만 5월 31일까지 강사초청 여부를 확답을 드려도 될까요?

하략.....


추천을 받아보고 결정...

죄송하지만...


먼저 이 두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 아닌가?

더구나 내가 답신을 할지 기대도 없었다고 했으니

이런 경우 대개 별다른 연락도 없이 흐지부지 되기 마련이다


마음을 먹고 보니

간절함이 생겨서였을까?

실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제발 시켜만 달라고 매달리고 싶은 걸 꾹 참고

쿨한 척 답메일을 썼다

네 괜찮습니다.
부담 갖지는 마시구요 ㅎ
조직문화, 동기 부여 등
고민되시는 부분 있다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힘닿는 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얼마나 간사한지

1년 가까이 이런 기회 없이도 잘 살아왔는데

이미 받은 것을 도로 뺏기기라도 한 것 같은

상실감은 또 뭐란 말인가?


그래도 내 장점이라면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는 단호함

아니었던가?


역시나

5월31일이 되고 6월로 들어서 중순이 지나도록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직장인 교육 채널에서

10회가 넘는 '조직문화' 시리즈 강연 영상을 찍어보자며

먼저 제안이 와 자료를 만들어 본사까지 찾아가 미팅을 지만,

한 달여 만에 다른 후보자와 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일도 있었고


먼저 특강이나 워크숍 진행의 운을 띄워놓고

내부 결정이 나지 않았다며

연락을 차일피일 미루다

흐지부지 되는 경우는 꽤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있다는 점이다

성사될 때까지 집에 미리 알리지 말라! 는 교훈


일이 들어온 줄 알고 기대했다가

엎어졌을 때의 실망감은 하나로 충분하니까


그렇게 7월이 되고

어느 날

'띠링~'

메일 한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국립XX과학원 전OO 입니다.  063-XXX-XXXX, 010-XXXX-7XXXX
전화 부탁드려요.

6월 직원조회가 미뤄지다 7.10. 또는 7.11. 이틀 중 실시할 예정인데요.
연락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5월 이야기가 오갔던 바로

그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