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궁합
매일 만나도,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반가운 친구가 있는가 하면, 만나기조차 싫은 친구도 있다.
둘만 있으면 어색한데,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생각 외로 괜찮은 친구도 있다.
만날 때마다 나를 성장시켜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놀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냥 재밌게 놀 수 있는 친구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대학원, 직장 등을 거치면서 다양한 친구를 만났고,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음식도 그렇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음식들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훨씬 더 다양한 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무턱대고 만나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나서 관계를 유지할지 말지 고민한다. 마찬가지로 음식을 대할 때도 나에게 좋은 음식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내 입이 좋아하는 음식인지, 아니면 내 몸이 원하는 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인지...
나와 음식과의 관계를 알아가는 것이 EBM(생태균형의학)이며, 이러한 과정은 나와 음식의 유전체타입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나에게 있어서 현미밥은 매일 만나도, 오랜만에 만나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친구고, 밀가루는 먹으면 항상 속이 불편한 만나기조차 싫은 친구다. 밀가루를 멀리 해야 하지만 친구를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듯이, 밀가루도 완전히 끊기란 쉽지 않다.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사 먹는 음식에는 밀가루가 알게 모르게 함유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가운 친구가 많이 있어도, 그 무리에 내가 싫어하는 친구(밀가루)가 한 명이라도 껴있으면 우리는 그 한 명 때문에 신경이 계속 쓰인다. 다른 좋은 재료가 들어간 라면을 먹는다고 해서 밀가루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밀가루 때문에 나머지 좋은 재료들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또 어떤 음식은 그냥 먹으면 뭔가 좀 아쉬운데, 다른 음식이랑 먹으면 의외로 괜찮은 음식도 있다. 고추를 그냥 먹기에는 맵기도 해서 그냥 먹기는 힘든데, 다른 재료들과 요리를 하면 매운맛도 살짝 줄어들면서 오히려 입맛을 돋우고, 감칠맛을 더해준다. 당근도 그냥 섭취하면 지용성비타민이라 흡수율이 낮은데, 기름에 볶아서 요리하면 흡수율이 많이 올라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턴트 음식과 같이 즐거움만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갈비탕처럼 항상 무언가를 채워주는, 나를 성장시켜 주는 친구도 있다.
(여기서 예시를 든 음식은 어디까지나 글쓴이의 유전체타입을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이기에, 각자에게 맞는 음식은 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갈비탕이 보양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삼계탕이 보양식이 될 수도 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 세상에 몸에 안 좋은 (천연) 식품은 없다.
이 친구가 나와는 잘 안 맞지만 다른 친구랑은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듯이 말이다. 나와 그 친구와의 관계에 있어서 맞지 않았을 뿐이다.
나와 잘 맞는 친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를 만나야 내가 성장할 수 있듯이, 음식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생로병사가 아닌 생로건사의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