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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Dec 03. 2019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는 12월

눈 내리는 하루

 오늘은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웠다. 

 낮에 눈이 왔다는데 보지 못했다. 

 바쁜 하루를 끝내고 시 한편을 읽는다. 

 오늘과 잘 어울리는 시다.


 12월

                         정호승


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각장애인이

종각역에 내려

흰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준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한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그릇을 얻어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세상은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아직 온기가 느껴지며,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장애인이 살기 편한 세상이라면

가장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눈이 오던 날,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밤이다.

어디서 무얼 하든 모두가 행복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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