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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도 세상도 끌어안을 수 있다.

by 허지영작가

문득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인생의 가치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삶을 바라보는 안목은 나이를 먹는다고 커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랑을 바라보는 마음도 사람사이 관계도 말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어릴 때에도 알았다면 내 인생에 시행착오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예측할 수 있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는 말을 나는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일에 적성이 있는 지 빨리 알아내기 힘들다.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면서도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다. 나 역시 대학교 때까지 어떤 일에 소질이 있는 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을 뿐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세계 여행을 다니고 싶은 꿈이 있었다. 보수적인 집안 환경 속에서 답답함을 많이 느끼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나에게 첫 직장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강했다. 나 자신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일이 필요하고 오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더 빨리 진급해야한다는 생각만이 강했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20대 여성이었다. 시작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쨌든 성인이라면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더 잘하게 되고 그러면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어떤 일에 더 의욕이 많이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나 역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승무원 일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적성에 잘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때 큰 만족감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약한 체력으로 취미생활이나 다양한 경험들을 20대 때 많이 해보지 못한 것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틈틈이 다른 것들을 배우면서 시야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버티며 살아서일까? 나는 어느 순간 너무 힘겹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친구들은 나보다 일찍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나도 그녀들처럼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저 내 눈에는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서 편해보였고 더 이상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는 모습에 부러운 마음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인생을 멀리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잘한 일은 힘든 와중에도 건강을 잘 챙기며 잘 버텨냈다는 것이다. 나보다 건강했던 친구들이 오히려 몸이 안 좋아져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가장 체력이 약했지만 늘 건강을 챙기며 살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성취와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다.


20대는 젊기 때문에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하루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그 때는 흘러가는 시간의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 한 방송에서 아이를 낳고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여자 연예인의 말이 공감이 갔다. 현재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를 초단위로 살아가고 있는데 결혼 전에 그렇게 살았다면 크게 성공했을 거라는 말을 했다. 결혼을 한 여자들이라면 모두 공감이 될 것이다. 지금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간다고 느끼더라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결혼이라는 것을 하려면 그 전에 후회 없는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 많이 놀아도 보고 많이 만나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즐기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정도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내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자신뿐이다. 부모도 자식도 남편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은 자신만이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로 내 인생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생계를 위해 당장 일을 하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꿈을 향한 준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결혼으로 고민하고 있는 청춘들에게는 해줄 말이 있다. 나 혼자서도 제대로 설 수 있을 때 결혼을 하라고 말이다. 상대방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을 때 결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상대방이 내게 기댈 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결혼이라는 것도 참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의 인생도 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일을 놓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 때문에 희생하지도 포기하지도 말고 내가 포기해야 모든 일이 순조로워진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방법은 찾으면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우리는 매 순간 내가 선택해야 하는 내 인생에 잠시라도 무력감이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존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선택이 아니라면 결국 그 선택이 나의 발목을 잡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최우선되지 않는 선택은 언젠가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했던 순간적인 결정들이 늘 후회로 남았고 나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힘든 순간에 ‘나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도 해봤고 홀로 창업도 하면서 세상에 나만 힘든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와 같은 경험은 이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했던 경험이며, 내가 이겨낸 고통은 지금도 다른 누군가는 싸우고 있는 현실일테니 말이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누구나 힘겨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독을 기꺼이 즐길 줄 알되 틀에 갇힌 생각으로 자신을 옭아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누구보다 힘든 사회생활을 한다고 느꼈던 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마음고생을 많이 하면서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했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나 스스로 강한 사람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지금 직장에 다니면서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얼마 전 친구가 찾아와 내게 하소연을 했다.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 이 놈의 회사는 매일 스트레스를 주고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시원하게 답하지 못하면서 현실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내가 볼 땐 회사가 주는 스트레스보다 자신이 만들어 낸 스트레스가 더 많아 보인다. 현실이 싫으면 그 속에서 화만 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직장이라는 곳은 나를 힘들게 하는 곳이 아니라 나의 꿈을 위해 투자할 자금을 마련해주는 곳이 될 것이다.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일은 결국엔 즐겁게 해나가기 힘들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이 나를 힘들게 만드는 일이 되어 다시 직장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란 거친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향해 노를 젓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기꺼이 해내야 한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로 행복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의 삶이 힘들다면 현실에 대한 불만 대신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 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20대 때는 많이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어린 사람일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실패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30대 때는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꿈을 꾸고 이루어가는 데 늦은 나이란 없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시대다. 경쟁해야 할 대상은 친구도 동료도 아니다. 바로 어제의 ‘나’ 자신이다.


지금 남들보다 뒤쳐졌다고 생각된다면 더 이상 남들 기준으로 자신의 인생을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성장하는 사람은 그런 불평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는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작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순간순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도 세상도 끌어안을 수 있다.



<여자의 인생을 바꾸는 자존감의 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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