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간식시간을 싫어하는 것은 나 혼자 준비하고 치워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 외 다른 이유도 하나 있다. 바로 과장때문이다.과장은 간식을 무조건 많이 사 오게 해 놓고 본인은 먹지 않는다. 그리고 남으면 직원들에게 억지로 먹인다. 그렇게 간식이 다 사라져야 그 자리가 끝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여직원들은 과장이 간식을 하자고 하면서 빵을 사와라,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라 할 때마다 그 뒤에 지옥을 붙였다. 빵지옥, 치킨지옥, 피자지옥...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직원들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것을 사라고 하는 것이다. 한 예로 본인은 단팥빵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사 오라 해놓고 본인은 먹지 않고 단팥빵을 싫어하는 직원들에게 억지로 먹인다. 이 맛있는걸 왜 안 먹느냐고. 과장님도 드세요 하면, 자신은 맛을 잘 모른단다. 하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이지만, 그걸 집어내거나 반대의견을 말하면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처음엔 호떡과 와플이었다. 그다음엔 꽈배기였다.
맛있는 호떡집을 안다며 한 사람당 2개씩은 먹을 테니 40개를 사 오게 했다. 사비 아닌 과비로.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고 달아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하니 과장은 이 맛있는 걸 왜 안 먹느냐고 닦달했고,계장은 과장이 사준 성의(과비인데?)를 봐서라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줬다. 집에 가져가겠다고 하니 가져가는 건 안되고 이 자리에서 꼭 다 먹는 걸 봐야겠단다.
그다음엔 또 유명한 와플집이 있다며 한 사람당 의무적으로 2개씩 먹어야 한다며 40개를 사 오게 했다.
그 후엔 점심을 밖에서 먹고서 길에서 파는 꽈배기 40개를 사 왔다.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을 보며 즐거워했다. 특히 과장은 늘 나를 타깃으로 했다.
00 씨, 더 먹고 살쪄야지, 살찐 여자가 보기 좋더라.
내가 왜 당신이 보기 좋은 여자가 되기 위해 살을 찌워야 하나요.
늘 음식이 남으면 내가 살이 쪄야 한다며, 살찐 여자가 예쁘다며 나를 타깃으로 하여 너는 몇 개를 더 먹어야 해 라며 몰아갔고,그걸 말리는 직원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정말 끝까지 먹는지를 열댓 명이 쳐다보며 웃었다.
한 번은 그게 싫어 끝까지 버티다가 직원들에게 한소리를 들었다. 군기가 덜들었다고. 맞춰드리면 되지 뭘 그렇게 각을 세우냐고. 그러면 네가 대신 맞춰주든가. 네가 대신 먹든가! 다들 내가 버텨 다음 타깃이 되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너한테서 끝내라는 무언의 압박. 의리 게임인가. 의리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왜?
나는 버텼고, 충돌했다.
그러자 과장은 나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여직원들에게 돌아가면서 그러기 시작했다.
요새는 과장의 악취미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간식 시간마다 양을 적게 사왔다고 핀잔을 주긴 하지만 그건 그냥 시작 알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장이 자신의 취미활동을 접은 것이 다음 타깃들이 알아서 잘 먹어주기 때문인지, 내 동기가 당하면 안 돼 라는 정신으로 다른 남직원들이 조금씩 더 많이 먹기 시작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과장이 억지를 부리지 않는 지금도 간식시간만 되면 그때의 기억 때문에 괴롭다.
모두가 나를 보고 웃으며 내가 얼마나 잘 먹어치우나를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