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xley Jul 05. 2023

내게 주는 꽃을 사는 일

  어제는 꽃을 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꽃을 내게 주고 싶었다. 어차피 나에게 꽃을 줄 만한 사람도, 꽃을 받을 만한 이유도 없기에, 그저 내가 내게 꽃을 주고 싶었다.    



  꽃을 좋아한다. 꽃 자체의 생김새를 좋아한다. 햇볕이 통과한 꽃의 빛깔, 피어나는 꽃잎의 모습을 좋아한다. 특히나 푸른 장미를 볼 때면 힘이 난다. 꽃을 사며 그것이 가진 고유의 꽃말을 상기하려 한다. 가령, 내가 푸른 장미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진 꽃말이 어여쁘기 때문이다. 기적, 그리고 변치 않는 사랑. 이토록 낭만적인 꽃말이 다 있다니. 너무도 어여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어제는 내게 꽃을 선물했다. 덕분에 처음으로 꽃집에 갔다. 꽃을 선물해 본 적도 없다. 그간 만난 애인들은 모두 꽃을 선물하기도 전에 헤어지고 말았고, 애석하게도 불효자는 생화로 된 카네이션을 선물한 적도 없었으니.



  처음 꽃집에 들어간 남자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 또한 쭈뼛거리며 이 꽃 저 꽃을 바라보기만 했다. 다행히 내가 사려던 꽃들이 보였지만 어찌할 줄을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랬다. 그냥 맨손으로 집어도 되는지, 포장은 어떻게 하는지. 지레 겁만 먹고서 사전 조사를 하고 갔음에도 실제 상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도 사장님은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맞이해보신 듯했다. 먼저 다가오셔서는 이런저런 도움을 주셨다. 방 안에 꽂아둘 건데 어떤 꽃이 좋을지, 보통은 얼마나 오래 피어있는지 같은 질문에 친절히 대답하셨다. 꽃을 집고서는 꽃 이외에 함께 두면 좋을 이런저런 식물을 추천해주셨다. 덕분에 예상보다 지갑이 더 가벼워졌지만, 방 안이 더 아늑해졌다. 아마 다음에도 이곳에 들르지 않을까. 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는지 한두 송이만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덩달아 내 일상에도 꽃을 주고 싶은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꽃을 주는 행위는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이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의미이므로. 나는 사랑을 줄 만한 사람이 없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랑을 주고 싶은가 보다.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낭만을 찾는 일. 엄마는 내가 사 온 꽃다발을 보며 예상과 다르지 않은 말들을 건넸다. 얼마인지, 웬 돈을 이렇게 썼는지 같은 톡 쏘는 말들.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았다. 꽃들을 보면 기분이 절로 포근해졌으니깐.



  다음에도 내게 꽃을 선물하고 싶다. 꽃들은 아름답고, 덕분에 나의 일상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 테니깐. 며칠 전부터 다짐했다. 매일 끝내주는 삶을 살아보자고. 매일 행복하고 낭만적인 일상을 지내보자고. 매일 똑같은 일상은 너무 지겹다. 나는 그간 매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지내왔고, 그래서인지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내가 산 꽃들이 나의 행운이 되었으면 한다. 예쁜 일상의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