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xley Jul 10. 2023

이건 우울의 숲과 늪과 한

  최악을, 최저를 찍어본 이들만 안다. 사랑이 더는 사랑이 아니게 되고, 당신이 더는 당신이 아니게 되는 순간을. 가슴에 납덩이를 달고서 불안마저 덮어버리는 둔중한 혼자만의 시간. 이건 우울, 이건 끝. 다시 말하듯, 나는 희망 앞에 선 맹인. 아직도 이겨내지 못했어. 너는 떠났고 나는 여기 남아 우리 시간의 상흔이 되었어. 창백한 하루. 썩어버린 미소. 끓어오르는 인중. 봐봐, 너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잖아.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한 가지 말하고픈 건, 나의 우울이야.     



  잎사귀가 타죽어 가. 나의 동네가 삭막해져. 너질러진 마음. 울지 마. 우는 사람은 나 하나면 족해. 아니, 부족한가. 나도 실은 울고 싶지가 않았어. 부탁 하나만 하자. 나를 사랑해 줘. 우울의 씨앗을 품고 흑막을 친 내게 한 가닥 희망을 줘. 어쩌면 희망은 누군가의 말마따나 고통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희망을 원해. 너가 주는 희망을 말이야.      



  나 아직 사랑하지? 너희들은 나를 버리지 않을 거지? 내게서 떠나간 이들을 세어본다. 열 손가락을 넘어서지. 그래도 아직까지 놓고 싶지 않아. 외로워, 사무쳐.     



  이건 집착이고, 저건 사랑이야. 집착과 사랑은 말라비틀어진 뱃가죽과 등가죽처럼 서로 등을 기대고 의지하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너희들, 혹은 너를 원해. 새로 산 안경에 억지로 얼굴을 맞추는 것처럼 나는 너희들에게 나를 맞춘다. 괴롭지는 않아. 다만.     



  아무튼, 나를 사랑해 줘. 부탁할게.

매거진의 이전글 너는 나를 미치게 하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