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it (2) 외로운 도시, '영'혼을 위한 위로
원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형적인 도시를 어설프게 그려놓은 표지도 마찬가지였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우럭 한 점과 우주의 맛」을 읽고 더없는 감동을 받았던 내게 박상영은 꼭 읽어보고 싶은 작가였으나 앞선 이유들로 책을 읽지 않았다. 대신 분산되어 있던 그의 글을 찾아 읽었다. 국제작가축제 사이트에 올라온 그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고는 견딜 수 없어서 기어코 책을 주문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게이 작가 '영'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외로운 연작 소설이다. 네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재희」는 여사친 재희와의 관계를, 「우럭 한점 우주의 맛」에서는 구시대적 남성과 만남 말한다. 「대도시의 사랑법」과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는 규호와의 만남과 상실, 그리고 카일리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럭 한점 」이 충격적이었던 건 '퀴어 소설'이지만 퀴어의 특징보다 현대의 보편적 문제의식이 더 짙게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용납할 수 없는 가족 내 가치관의 차이, 공존할 수 없는 두 세계의 충돌을 여유롭게 그려낸다. 이는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 특징이었다. 여성의 낙태 문제, 에이즈 환자의 권리, 비행기의 시대와 물리적 한계. 서울의 무거운 문제를 다루지만 박상영의 문체는 충돌과 결합의 양극단을 파도처럼 소란스러우면서도 자연스레 이어간다. 백미는 '카일리'라는 이름을 통해 에이즈를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풀어가는 것이다.
'이건 5년도 넘게 나와 함께 살아온 가족이나 다름없고,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하지. 같은 혈관을 공유하고 같은 양분을 먹고 같은 숨을 쉬고. 그러니까 이건 나야.'
카일리에 대한 설명은 이게 전부이지만 우리는 카일리가 무엇인지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놀라운 능력이다.
아쉬운 건 글의 캐릭터들이 평면적이라는 점이다. 화자인 '영'은 작가를 투영한 인물로 보이나 그의 성격은 지나치게 균형 잡혀 있으며 - 쿨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쿨하지 못한데 그 타이밍이 너무 모범적이다 - 규호와 지혜라는 캐릭터 역시 우리가 이해 가능한 선에서만 엇나간다.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는 둘 다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전작 중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의 제제나 올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 「동경 너머 하와이」의 아버지처럼 그는 더 인물을 몰아붙이면서도 매력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국 소설은 어느샌가부터 잔잔하게 흘러가는 홍대 감성이 주를 이뤘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뷰민라에 올라선 박재범 같은 소설이랄까. 박상영은 문단에 특별한 존재임에 분명하다.
- 사랑이 죄가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사랑은 죄가 아닌데 네가 이러는 건 죄고, 심지어 큰 죄라고. 그딴 걸 다 떠나서 우린 그냥 섹스나 몇번 하고 치운 사인데 네가 좀 오버를 하는 거 같다. p. 44
"이 좁아터진 방에 무슨 자리가 있어. 내가 지나는 길이 곧 자리요 진리이거늘!" p.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