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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화 Oct 27. 2024

[독서모임 구하기] 이야기를 분석하는 문학 평론 모임

문학평론가, 영화평론가, 문화평론가 등등 평론가라는 직업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평가해서 대중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의 경우, 후기처럼 평론가의 해설이 담긴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치죠.

독서모임을 하면서도 좀 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평론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우리의 감상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독서모임을 하며 성장하는 느낌을 가질 때 멤버들의 참여도도 올라갑니다.



소설 구성의 3요소 이해하기

 이야기(소설)의 3요소로 문체, 구성, 주제를 이야기합니다. 문체와 주제는 다음에 다르고, 구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작품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알면 분석하기 쉬우니까요.


 소설 구성의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입니다. 특정 시간과 공간의 배경 속에서 특정 인물들이 특정 사건을 겪으며 독자에게 말을 겁니다. 독자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영향력에 심취하기도 하고, 캐릭터의 매력에 빠지기도 하고, 독특한 사건 모티브에 몰입하기도 합니다.   


 <춘향전>을 예로 들면, 신분제가 존재했던 조선 후기라는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또 부모의 직업을 자녀가 의무적으로 이어받는다는 설정은 지금 상상도 하기 힘듭니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했기에 가능하죠. 거기서 춘향이와 이몽룡, 변학도라는 ‘캐릭터’는 분명한 성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씩씩하고 당찬 춘향이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많은 독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습니다. 변학도는 이런 춘향이에게 수청을 들라고 하고, 춘향이는 이를 거부하며 옥살이를 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또 이몽룡은 암행어사 출두라는 ‘사건’으로 카타르시스를 주죠.


 시대적 배경의 영향력이 큰 대표적인 소설은 교과서에서 전후소설이라고 배웠던 작품들입니다. 손창섭의 <비오는 날>, 이범선의 <오발탄>, 윤흥길 <장마> 등이 있습니다. 또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더 리더>, <안네의 일기> 등도 유대인 학살이라는 그 당시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을수록 소설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대신 그 시간과 공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몰입도가 깨지기도 하니, 이 부분에서 완성도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소설은 허구이긴 하지만, 역사왜곡 논란에 항상 휘말리는 것도 이러한 문제 때문입니다. 직접적으로 ‘실화 바탕’을 내걸고 나오는 작품도 있는데, 고증 관계를 피할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가 문학적 허용인가는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캐릭터가 강렬한 소설은 캐릭터의 이름이 제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위대한 개츠비>,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 등등. 그 주인공 이름만 들어도 어떤 성향인지 떠오릅니다. 어떠한 말투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연상이 된다는 것은 캐릭터 구축이 그만큼 잘 되었다는 겁니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높을수록 작품에 대한 몰입도도 높습니다. 이 캐릭터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대사와 행동이기 때문에 내적 완결성이 중요합니다. 이전과 다른 엉뚱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독자들은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우리는 구축된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하나의 별명처럼 활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조르바’라는 이름은 자유로운 영혼을 뜻하는 대명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별명이자, 가게의 이름이자, 또 다른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사건의 전개는 플롯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로널드 B. 토비아스)에는 대표적인 소설의 사건들이 모여 있습니다. 어디론가 갑자기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소중한 사람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 갑자기 다른 존재로 변신하는 이야기, 금지된 사랑에 빠져 몰락하는 이야기 등입니다. 다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죠?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의 사건은 시간 여행입니다. 회귀물이라고도 하는데,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같은 인생을 N회차 살아갑니다. 또 자본주의 시대에 맞게 다양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생 역전을 하게 되는 사건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사건 속에서 벌어지는 전개가 독자의 흥미를 이끕니다. 대신 사건이 우연성에 기대거나 설정 속에 심한 오류가 포착되면 몰입하기 힘듭니다. 사건이 복잡해질수록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비유와 상징 분석하기


 문학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상징적으로 나타내면서 모호함의 미학을 뽐냅니다. 우리는 그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워 나가며 의미를 찾아 나섭니다. 평론가가 된 것처럼 직관적인 느낌 이상으로 근거를 들어 추론하고 파헤쳐 봅니다. 


 학생들과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황영미)>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체리새우’의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인공의 블로그 아이디라고 말합니다. 여기까지 내용을 이해한 것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왜 체리새우를 아이디로 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체리새우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 분석해 봅니다. 작품 속에는 체리새우에 매력을 느낀 주인공의 모습이 나옵니다. 몸집이 자라면 주기적으로 탈피를 하고, 빈 껍질을 벗어던지고 나아가는 모습에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이를 통해 ‘체리새우’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 욕구와 그 과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페인트(이희영)> 독서모임 때도 ‘페인트’의 의미를 물어보았습니다. 작품 속 사건인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의 약자라고 말한 것도 작품의 사실적 이해 측면에서 훌륭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페인트가 상징하는 의미를 좀 더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페인트는 우리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할 때 활용합니다. 이 의미를 가지고 오면 페인트는 부모 면접의 줄임말이자, 우리의 삶을 색칠하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페인트를 준비했다. 자신의 삶을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들여 줄 누군가를  찾기 위해서’라는 책의 표현도 이 해석에 근거가 됩니다.


나아가서 ‘감정이입’, ‘객관적 상관물’과 같은 문학 용어들도 있습니다. 작가나 작품의 화자가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어떠한 상황이나 사물과 연결 지어 표현하는 겁니다. 날아가는 새들을 보고 쓸쓸해 보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주인공이 쓸쓸하니까 다 쓸쓸해 보이는구나 생각할 수 있죠. 수많은 시련을 겪고 더 굳건해진 소나무를 보고 감동하는 주인공을 통해 그의 내면과 작품의 지향점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작품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상징과 의미에 대해서 탐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소설을 탐독하는 질문법


 독서모임에서 질문은 하나의 경향성을 나타냅니다. 평론가처럼 작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방향성의 질문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100%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해석, 의미 있는 해석을 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입니다.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제목, 표지에 대해 질문합니다.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홍어(김주영)>를 읽고 만난 모임에서 제목 ‘홍어’는 무엇을 상징하는지 물어봅니다. 아버지의 별명이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알아채야 합니다. ‘홍어가 맛있는지,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음식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작품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훈련을 의도적으로 합니다. 


<앵무새 죽이기(하퍼 리)>를 읽고 나서 제목이 왜 ‘앵무새 죽이기’인지 관심 갖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작품의 ‘앵무새’는 인간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줄 뿐이고, 아무런 해를 끼치지도 않는 존재를 상징합니다. 그렇게 무해한 앵무새를 죽이는 행위는 아무 죄 없는 흑인들을 차별하고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음은 인물에 대해서 집중 탐구하는 질문입니다. ‘주인공의 성격은 어떠한가요?’, ‘그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대사나 행동은 무엇인가요?’ 질문을 통해 작품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인물의 대사나 행동 중에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은 서로 공유하며 의미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그 인물과 비슷한 다른 작품의 인물, 실제 경험과의 연결고리로 확장하며 입체적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 


 <동물농장(조지 오웰)>을 읽고 만난 사람들끼리 각 동물들의 성격을 분석합니다. 여러 돼지와 당나귀, 말, 양 등이 어떤 대사와 행동을 했는지, 이로 인해 어떤 성격을 나타냈는지 말이죠. 특히 말 복서가 수시로 내뱉는 “내가 더 일하면 되지.”, “나폴레옹은 항상 옳아!” 등의 대사는 그의 고집스러움, 충실함을 잘 나타냅니다.


 다음은 인물들이 겪는 중요 사건, 모티브, 전개 과정에 대해 탐구하는 질문을 합니다. ‘해당 사건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어떤 상황과 연결 지을 수 있을까요?’ <페스트(알베르 카뮈)>는 갑자기 페스트란 전염병이 퍼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전염병 사건 속에서 많은 인물들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다양한 군상들의 모습이 처절하게 드러납니다. 이 페스트는 과거에 발했던 실제 질병이자, 사람들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하나의 사건입니다. 누군가는 이 페스트를 보고 전쟁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자연재해를 떠올립니다. 팬데믹 시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연결 지어 많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살인자가 되는 사건, 몸이 다치는 크게 다치게 되는 사건, 우연히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사건 등등은 작품 속에서 인물이 변화하게 되는 중요 계기가 됩니다. 이 의미를 탐구하고, 나에게 접목해 보거나 현시대적 의미로 확장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을 탐구하는 질문을 합니다. ‘작품의 시대상을 담고 있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특정 공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인생(위화)>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는데, 한 멤버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라고는 하는데, 나라가 이렇게 억지로 다 뺏어가는 게 말이 되는지, 굶어 죽을 정도의 처절한 상황인데 이렇게 순응적 태도로 살아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어 몰입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때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관심 많은 한 멤버가 중국의 역사와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그들의 인생관, 많은 중국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체념적인 주인공들의 모습을 예로 드니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모임이 끝난 후에는 중국 대혁명을 다룬 영상을 또 공유하며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ㅡ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인물] 

주인공의 성격은 어떠한가요?

그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는 대사나 행동은 무엇인가요?

다른 작품이나 실제 주변에서 비슷한 인물이 있나요?


[사건]

작품에서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었나요?

해당 사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 밖에서 비슷한 사건, 떠오르는 사건이 있나요?


[배경]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담고 있는 상징물이 있나요? 

현 시대로 배경을 바꾸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요?

같은 배경을 다룬 다른 작품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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