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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퐈느님 May 04. 2016

[Cuba] 쿠바의 유네스코 등재 도시에 다녀오다

고작 일주일 체류해놓고 쓰는 쿠바 이야기 3

고작 일주일 머물렀던 쿠바에서는 도시를 네 군데나 방문했다. 아바나(Habana), 바라데로(Varadero), 뜨리니다드(Trinidad), 비냘레스(Vinales)였다.

쿠바 방문기 마지막 이야기는 방문 전엔 정말 생소했던 뜨리니다드(Trinidad)와 비냘레스(Vinales)에 대한 이야기다.


나보다 나이 많은 올드카

쿠바 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올드카다. 나 역시 쿠바에 간다는 결정을 내리고 나서는 '우와 올드카 타볼 수 있는 거야?' 기대감이 있었다.

쿠바는 대중교통이 발달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근교 도시에 가는 교통수단이 발달한 편이 아니다.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여행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는 크게 시외버스(비아술)와 택시가 있었다. 택시 가격이랑 시외버스 가격이 같았기에, 단 1명이라도 택시쉐어를 할 수 있는 동행을 구할 수 있다면 시외버스보다 택시가 금액적으로 훨씬 더 저렴했다. 

(버스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빨리 매진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던 적도 있지만)

쿠바 택시의 상당수는 오래된 '올드카'였다. 내가 쿠바에서 탔던 택시들도 공항에서 시내에 들어가는 첫 택시 외엔 전부 20년은 족히 넘은 올드카였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Habana

비냘레스에 갈 때 탔던 올드카는 1940년대 차라고 했다. 드라이버는 할아버지가 타던 차를 본인이 탄다고 했다. 예쁜 올드카라고 처음 탈 때는 신났었다. 

아바나에서 비냘레스갈 때 탔던 택시

그러나 한 시간 정도 타고나면 깨닫는다. 현대 문명 발달, 그러니까 에어컨과 승차감의 소중함을. 

좌석 시트는 쿠션감이 있다고 할 수가 없었다. 엉덩이가 아프고 허리가 쑤시는 것은 기본이다.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쿠바의 더운 날씨에 반드시 창문을 내리고 달리는데 올드카들이 내뿜는 매연을 그대로 마셔야 한다. 차를 타고 4시간쯤 지나 코를 풀었는데 시커먼 콧물이 나온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주변에 쿠바에 가려는 여행자들이 있다면 입과 코를 가릴 수 있는 마스크나 스카프를 가져가는 것을 추천한다.

올드카이기 때문에 장시간의 운전이면 차가 고장 나는 일도 흔히 있다고 한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멈춰서 정비하고 있는 차는 쉽게 만날 수 있었다. 

70년 정도 된 차라는데 탑승 인증샷을 안찍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아바나에서 3시간여를 달리면 비냘레스, 4~5시간을 달리다 보면 뜨리니다드를 갈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도 올드카와 관련된 기념품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독특한 석회암 지형의 비냘레스

비냘레스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모고테(Mogote)가 있다. 바닷속의 석회암 지대가 솟아 올라 섬 같아 보이는 언덕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산이나 언덕이 많지만 느낌이 굉장히 다르다.

지구의 태초의 모습이 이랬을까. 높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비냘레스의 풍경은 영화 아바타가 떠오르기도 하고, 용이 날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풍광에 'beautiful!'의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내뱉어졌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 앞에선 언제나 파노라마샷을 찍게 된다. 하지만 그 풍경이 사진에 다 안담기는 것이 함정.


비냘레스에는 인디오 동굴과 벽화도 있다. 두 군데 관광지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요금이 다르다. 쿠바에서는 내국인용 화폐와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화폐가 따로 있기에 입장 요금 다른 것 정도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렇게나 바가지를 씌워도 되는 건가?'라고 화를 내는 여행자들도 봤는데 그들의 주요 수입이 관광업임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화낼 정도의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쿠바는 내국인 보호를 잘하는구나, 지역주민 할인 정도로 생각했었다.

인디오 동굴 앞에는 인디오의 삶을 재현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인디오 동굴에서는 배를 타고 동굴을 관람했다. 예전 식민지 시절, 노예들이 숨어있었다고 한다. 동굴의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본다면 실망하기 쉬운 곳이었다. 


벽화야 말로 가장 실망한 관광지였다. 하지만 비냘레스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니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서 안 보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예쁘지만 활기는 없었던 도시, 뜨리니다드

쿠바는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지라 유럽풍 느낌을 주는 건축물들이 꽤 남아있는데 사탕수수 재배가 주요 산업이었던 뜨리니다드는 독립운동 이후 버려진 도시였기에 아직까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뜨리니다드 역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기에 아바나에선 꽤 먼 거리지만 욕심을 내서 방문했다.

뜨리니다드는 19세기의 건물들과 돌이 깔린 골목길들이 잘 보존되어있었다. 작고 예쁜 도시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엽서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꼭 한번 이런 사진을 찍혀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관광객들을 위한 도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쁘지만 도시의 시민들이 주는 활기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민속촌에 가면 느낄 수 있는 감정 같달까.

밤의 뜨리니다드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기도 하고, 연주도 하기도 하지만 아바나가 주는 활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묵었던 까사에 있던 뜨리니다드 관광지도. 테이프로 붙여진 종이지도. 부족한 물자 덕에 조심조심 봐야한다.



가기 전에는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던 나라, 쿠바는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 대륙 여행 후 가장 인상적인 나라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나라가 제일 좋았느냐'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나는 쿠바가 제일 좋았다고 대답한다.

친절하고 정열적인 사람들, 그게 바로 쿠바를 방문했던 나라 중 가장 인상적인 나라로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처음 시가를 피워본 것도, 나에게 예쁘다는 찬사를 쏟아내어 준 곳이기도 하고, 정말 훌륭한 재즈 공연을 선사해준 곳이었다. 나는 언제쯤 다시 쿠바를 가볼 수 있을까. 

(내가 착각할 뻔했던 폭발적인 인기는 중미에서 끝이 난다. 남미에선 국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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