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뭡니까. 이런식으로 마지막층을 끝내시네요?자꾸 타 방송의 화신들로 방송의 재미를 채울바에야 아예 화신들을 갈아치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요?"
비류도 이제 제법 화가 난 모양인지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정규방송 시작 후 '극장던전'이 시작되었고 그 안에서 우리 팀은 계속 '노잼'이였으니 말이다. 비류가 사실은 잔인한 도깨비였다는게 갑자기 생각나자 등에서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스타스트림 관리국에서 왔습니다."
무슨 일인걸까?? 어쩌면 '코인복권'정산관련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당황한 비류는 다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아..아니 무..무슨 일이신데요..??"
"다른 도깨비 방송을 자꾸 무단 송출한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에엑~??!!!"
비류 역시 예상한 이유가 아니라 놀란 눈치였다.
'그러고 보지 김독자 일행이 '옥상정원'에 들어서고부터는 기존 송출했던 비형의 방송과 같았겠구나...파일럿 방송중 김독자 일행을 만났을 때도 그랬을꺼고...'
사실 비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지도 몰랐다. 고의적으로 타 방송의 화신들을 자신의 방송에 송출시킨건 아니였으니..비류는 안됐지만 우리는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가..같다와서 다..다시 얘기하시죠~"
관리국에 끌려가면서도 외마디를 외치는 비류였다.
'하늘정원'에서 극장주인을 우리팀이 처리한게 아니였고 딱히 활약도 없었던지라 우리 팀에 돌아오는 보상은 없었다. 안그래도 김독자 일행을 보고 나름 각성들을 했을터인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가득찬 상황이였다.
"형?아까..보셨죠? 그 사람들..."
"저 정도 능력치들은 되어야 극장주인도 처리하고 다음 시나리오도 할 수 있는 걸까요...솔직히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 쉽게 클리어 했던 것이니..."
"하...솔직히 그 사람들 능력치가 대단하긴 했어요. 남자 아이가 6급 충왕종을부릴 줄 알 줄이야...우린 한참 부족한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우리 보상의 방에서 얻은 아이템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여기까지왔잖아?그리고 운이 좋은 것도 능력이라고 안그래?
이런말을 할땐 또어른 같고 의젓해 보이는 김솔이였다. 다소 싸가지로 보이는 첫 인상과는 달리 겪어 볼수록 괜찮은 솔이였다.
우리 모두가 나름 여기까지 같이 온지라 다들 팀원에 대한 애정이 생긴 듯 했다. 조금 눈치는 없지만 덩치도 힘도 좋은 조성인, 칼을 다루는 솜씨와 겁없이 먼저 나아가는 용기의 김솔, 새롭게 팀원이 되었지만 냉철하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정성우. 뭐 나는 나대로 오합지졸인 듯 했던 우리 팀도 다시 보니 꽤 합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조금씩 하나가 되어가는 듯한 우리 팀원들은 다음 시나리오를 위해 잠시 쉬기로 하는 중에 정성우가 나만 살짝 불렀다. 다름 팀원과 거리를 두자 그제서야 말을 꺼내는 조성인.
"경은씨.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아까 극장 8층에 꼭 저희 팀이 숨어야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물론 그들의 능력치는 충분히 봐서 뛰어난 화신들인건 압니다. 하지만같이 싸워봐도 좋았을 듯 해서요. 그들이 저희를 경계할 것 같진 않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나 왜 숨은거지?'
정성우의 말처럼 꼭 숨어야하는 이유는 없었다.그러고보니..나는 왜 숨으라고 했을까... 파일럿 방송 때도 역시 김독자 일행이 보일때 획득한 방독면 아이템으로 몸을 숨겼었는데.....미쳐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에 혼이 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 나였다.
"아..제가 곤란한 질문을 했다면 죄송합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였으니 여러가지 고려해서 판단할 수 없으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성우는 매우 당황해 보이는 날 위해 두둔해주는 말을 하며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아..네.. 죄송해요. 순간적인 생각으로 그냥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건 아닙니다..."
"아~네네. 제 질문에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요. 경은씨 덕분에 팀원들이 무사하게 8층을 클리어 했으니 어쨌든 감사합니다."
"네에..."
질문을 마친 정성우는 잠시 혼자의 시간이 필요해보이는 내 곁을 조심스레 비켜주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왜 숨는 선택을 했을까?'
사실 내가 나에게 물어야 했던 질문에 대한 답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멸살법' 속으로 들어갔던 김독자는 자신만의 정확한 목표가 있었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멸살법'의 이야기를 활용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그였다. 반면에 '전독시'속으로 들어온 나는 그져 김독자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같다. 나는 '멸살법'의 이야기를 알지 못할 뿐더러 '전독시'로 아는 이야기 마져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내 성장세 또한 뛰어나지도 못했다. 겨우 이 정도의 내가 김독자의 이야기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김독자는 자신의 주인공인 유중혁을 성장시키고 그가 그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가게 돕지만 나는 혹여나 나로 인해 김독자 혹은 유중혁의 이야기를 방해가될까봐 겁이났던 것이다. '나 완전 겁쟁이 쫄보였잖아...' 그제야 깨닫고 나니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해준 정성우에게 새삼 고마워졌다.
생각해보니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그랬던 것 같다. '고작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 그래서 나 스스로 사랑하고 아끼지 못했다. 그래서 만나는 남자들도 하나 같이 엉망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의 내가 이니다. 엄연히 소설 속에 들어온 나. 충분히 지금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김독자는 '멸살법' 나는 '전독시'속에 들어왔다는 차이가 그의 이야기에 영향을 안 줄지도 모르고, 아니 혹시 영향을 준다해도 뭐 어떤가 꼭 나쁘리라는 법도 없다.
한편으로는 김독자의 일행이 되어 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싶기도 한데... "그래. 내 목표..." 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읆조렸다. 아직 정확한 목표가 없었던 나. 이제서야 내 안에서 '전독시' 속의 내가 바라보고 나아갈 목표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보자. 그리고 김독자가 원하는 결말을 나도 함께 볼 수 있게 되길." 나는 그렇게 나의 목표를 작은 소리로 읇조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