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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Nov 26. 2022

달팽이의 나라에서 골뱅이 소면

골뱅이 한 캔이면 뚝딱

쫄깃한 식감을 좋아한다. 나는 달팽이의 나라에 있다. 달팽이는 모두 한 가지 조리법으로만 만드는지 전부 버터와 마늘을 듬뿍 넣어서 구워낸 게 전부였다. 처음에는 '우와 달팽이! 에스까르고!' 하다가 점점 '아... 달팽이..'가 되어갔다. 초고추장에 골뱅이가 생각났다.


아시아 마켓에서 달팽이 통조림을 발견했다. 내적 환호를 지른다. 하지만 가격에 잠시 멈칫한다. 통조림 하나에 10유로가 넘는다. 한국에서보다 두배쯤 하는 느낌이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는 굳이 골뱅이를 여기서까지 먹어야 하나 싶어 그냥 지나친다. 그 후 쇼핑할 때마다 골뱅이 앞을 서성인다. 그렇게 몇 주를 보낸다.  피곤했던 며칠 전 퇴근길 아시아 마켓을 쇼핑하다가 다시금 골뱅이 앞에 멈춰 선다. 열심히 일한 오늘 하루, 나를 위한 선물로 11유로 정도 괜찮지 않나 싶다. 드디어 골뱅이를 짚어 든다.

골뱅이무침은 채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하는 편이다. 양배추 같은 게 있다면 좋겠지만, 골뱅이를 위해 양배추를 살 생각은 없다. 냉장고 속 재료로 양파, 쪽파, 당근 정도로 준비해준다. 가장 중요한 양념장을 만든다.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 그리고 골뱅이캔의 국물 약간. 모두 잘 섞어주고 맛을 본다. 감칠맛이 돈다. 훌륭하다. 골뱅이도 반으로 잘라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해 준다. 골뱅이 무침이 있다면 소면이 마땅히 옆자리를 지켜줘야 한다. 소면을 삶는다. 물이 끓어 넘치지 않도록 집중한다. 소면 한가닥 맛을 보고 익었는지 판단한다. 잘 익었으니 체에 밭친 후, 찬물로 빨래 빨듯이 팍팍 헹궈서 찰지게 해 준다. 골뱅이 무침 옆에 소면을 차분히 내려놓는다. 골뱅이 소면 한 그릇 완성이다.

소주와 아주 좋겠지만, 소주가 없기도 하고 소주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온다. 먼저 시원하게 맥주 한 모금 마신다. 시원한 맥주가 흘러들어 간다. 골뱅이무침을 한 젓가락 가득 입에 넣는다. 쫄깃한 식감과 새콤한 양념이 너무 좋다. 간단하지만 소중한 이 한 끼는 힘든 하루를 보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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