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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Oct 27. 2022

새 친구와 마요네즈

마요네즈 덕후, 루마니아 친구

나는 마요네즈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요리는 단 몇 가지뿐이다. 그런 내게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만난 내 동료의 마요네즈 사랑이 인상 깊었다. 이 친구만큼 마요네즈를 다양한 곳에 뿌려먹는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다. 학교 식당에 기본적으로 케첩, 머스터드, 마요네즈, 샐러드드레싱 네 가지의 소스가 구비되어 있다. 이 친구는 언제나 어떤 요리를 챙겨 오더라도 마요네즈를 두 봉지씩 들고 오곤 한다. 뭔가 맛이 맘에 안 들면 마요네즈를 뿌린다. 심지어 어느 날은 파스타였는데, 파스타가 맛이 별로라고 투덜거렸다. 옆에 친구가 농담처럼 "그럼 마요네즈 뿌리지 그래?"라고 했는데, 이 친구는 진짜로 마요네즈를 뿌려 비벼먹으면서 같은 테이블의 이탈리아인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요네즈에 버무려진 샐러드가 나오면 아 '저 친구는 저 샐러드 선택하겠구나'라고 예상하면 정말로 그 샐러드를 접시에 담아가지고 나타난다. 이 친구는 감자튀김에도 마요네즈다. 이 친구는 마요네즈는 이렇게 좋아하지만, 케첩은 가능한 거의 먹지 않았다. 케첩 맛이 싫다고 한다.


한 번은 이 친구가 호스트로 연구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포트럭 파티를 했었다. 그런 포트럭 파티에서 루마니아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요리를 몇 가지 내놨다. 하나는 접시 위 마요네즈가 한가득 뿌려져 있고, 그 위에 데빌스 에그가 있었다. 다른 요리는 가지 샐러드라고 했는데, 먹어보니 익숙한 맛이었다. 생각해보니, 에그 마요 같은 맛이었다.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였다. 이 친구의 이런 마요네즈 사랑은 어쩌면 집에서부터 시작되었겠구나 싶었다.




나는 에그 마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여러 요리를 제법 잘 하지만, 내 에그 마요는 상당히 맛있다고 자부한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아침을 못 먹은 연구실 친구들을 위해 에그 마요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느 날, 이곳에 온 이후 에그 마요 샌드위치를 먹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에그 마요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계란을 삶는다. 넉넉히 삶아줘야 한다. 한두 개로는 안된다. 적어도 네 개는 삶아줘야 한다. 계란이 다 익으면, 껍찔을 까고,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시킨다. 나는 흰자는 칼로 잘게 다지는 편이다. 노른자는 그저 숟가락으로 눌러 으깨준다. 그런 후, 마요네즈를 듬뿍 넣고 나의 필살기 디종 머스터드를 살짝 넣는다. 너무 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약간의 머스터드는 마요네즈의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그 마요가 달짝지근한 것을 좋아하기에 설탕도 넣어준다. 그런 후, 모두 잘 버무려주면 에그 마요 준비 끝이다. 토스트 빵을 준비하고, 에그 마요를 아주 듬뿍 넣어준다. 에그 마요가 보이는 표면에 파슬리를 살짝 묻혀주면 초록색 포인트가 그럴싸해 보인다.



에그 마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면서- '아 이거 루마니아 친구가 좋아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그 친구로부터 댓글이 달렸다. 하트눈 가득한 이모티콘들로, 마요 사랑이 넘치는 댓글이었다.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지만, 앞으로 난 마요네즈만 보면 이 친구를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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