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오빠의 집밥 메뉴 1번은 언제나 닭볶음탕
내 휴대폰에 친오빠는 "닭똘이오빠"라고 저장되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오빠가 어릴 적 별명이 "똘이"였고, 닭볶음탕이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라서 이다. 어릴 적 똘똘하다고 어른들이 똘이라고 불렀다는데, 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오빠는 어릴 적부터 닭 요리는 뭐든 좋아했던 것 같다. 닭백숙, 치킨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오빠의 최애는 바로 엄마표 닭볶음탕이었다. 닭볶음탕에서 닭다리를 매번 먼저 챙겨가서 얄밉기도 했다. 오빠가 워낙 좋아해서 꽤나 자주 닭볶음탕을 먹었는데, 오빠가 고등학교를 기숙학교로 진학했면서 닭볶음탕이 집밥 메뉴에서 빈도가 조금 줄었던 것 같다. 오빠가 어쩌다 주말 집에 올 때는 전화로 엄마에게 닭볶음탕을 메뉴로 요청하곤 했다. 질리지도 않는지 매번 닭볶음탕이었다. 올 때마다 닭 뼈가 옆에 가득 쌓이도록 먹고 또 먹더라.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언젠가부터는 닭다리를 먹어도 밉지가 않더라. 저렇게 좋아하면 좋아하는 사람이 먹는 게 낫겠다 하는 마음이랄까.
대학생 때 잠깐 오빠와 같이 자취를 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자주 밥을 해주곤 했었다. 내가 집에 있는 상태에서 오빠가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인사도 없이 하던 말이 바로 "밥, 밥, 밥, 밥"이었다. 어찌나 얄밉던지. 오빠 같은 남자는 만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었는데, 그런 오빠도 철이 들고 결혼해서 아이들과 함께 예쁜 가정을 꾸려나가는 걸 보면 사람도 변하는구나 싶어 신기하다. 오빠와 사는 동안 닭요리를 자주 했었다. 치킨도 직접 튀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내 요리 실력은 한식은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엄마가 워낙 요리를 잘하셨기에, 내가 어찌어찌 만들어도 엄마의 요리만큼 맛이 안되기 때문에 난 양식을 공략하곤 했다. 프랑스에 와서 혼자 살면서 나 혼자 먹다 보니 한식을 전보다 더 많이 요리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점차 나의 요리 실력은 늘었다.
그렇게 나를 위한 요리를 하면서 닭볶음탕은 혼자서도 종종 해먹은 메뉴 중 하나이다. 오빠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닭볶음탕을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을지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며 여러 번 요리해보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만들었지만 진심이 담긴 육성으로 "오 맛있어"라고 내뱉게 된 레시피가 있다. 방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마트에서 사 온 닭을 냄비에 넣는다. 제발 닭 껍질을 벗기지 말자. 기름기가 있어야 닭볶음탕이 더 맛있다. 닭을 넣은 냄비에 닭이 다 잠길 만큼 물을 붓는다. 여기에 고춧가루 5, 간장 4, 설탕 3, 다진 마늘 1, 액젓 1, 후추를 넣고는 끓여준다. 20분 정도 끓으면 그때 잘라둔 감자와 당근을 넣어준다. 그렇게 10분 정도 더 끓여주고 양파를 잘라 넣는다. 양파는 많을수록 맛있다. 그런 다음 양파가 다 무를 때까지 끓여준다. 마지막에 파를 썰어 넣어주면 끝이다. 이렇게 요리한 후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밥을 두 그릇을 비웠다. 닭다리 큰 거 두 개를 먹고는 국물에 밥을 비벼먹고 국물을 계속 떠먹기도 했다. 이후에는 이 방법으로만 닭볶음탕을 만들고 있다. 오빠가 좋아할 텐데 싶었지만 오빠와는 그렇게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갑자기 연락해 레시피를 알려주기도 조금 이상하다 싶었다.
최근에 여러 일들이 있으면서 전보다 오빠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종종 메시지를 보내며 연락도 하고 있다. 그래서 닭볶음탕을 해먹은 날, 오빠에게 레시피를 보내며 꼭 해 먹어보라고 당부했다. 문득 오빠가 해 먹었을지 궁금하다.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