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목적인가 합주가 목적인가, 친구들과의 합주

by 이확위

기존의 밴드가 해체되고, 친구들끼리 모여서 놀던 어느 날 함께 밴드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드럼을 치는 친구는 대전에서 살고 있었고, 나와 다른 친구는 서울이었는데 드럼 친구가 서울에 올 때 함께 합주하자고 얘기가 나왔다. 기타 치는 친구가 보컬까지 맡기로 해서 함께 하기로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카카오톡에서 매일 얘기를 나누었기에 평소처럼 얘기하며 연습곡을 정했다. 또한 밴드를 하면서 새로운 노래를 꾸준히 듣자는 의미에서 번갈아가며 한 명씩 매일 새로운 곡을 단체대화방에 올리도록 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이렇게 노래를 듣고 노래를 올리면서 새로운 곡을 참 많이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 내 음악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홍대 쪽에 저렴한 합주실에서 만났다. 처음 만나서 하려니 엉망진창이었다. 곡을 들을만하게 만드는데 2시간도 부족했다. 문제는 친구들끼리 가볍게 하려는 생각으로 만났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해오지 않았다는 거다. 노래조차 다 외우지 못한 상태였고, 그렇게 엉망진창이었다. 합주는 엉망이지만 회식은 제일 재밌었다. 아무래도 이미 친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라서 그런 것 같다. 합주실 근처 정육식당에 처음 갔는데,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처음 간 이후로 우리의 단골 가게가 되었다. 지금도 친구 중 한 명이 종종 얘기한다. 일요일 오전합주하고 정육식당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배경으로 틀어져있고, 삼겹살을 시키며 오겹살을 주고, 그때 소맥에 삼겹살 먹으며 즐거웠던 시간이 지금도 생각난다고. 평화로운 시기였다. 그렇게 소맥에 삼겹살, 된장찌개까지 배부르게 먹으면 연트럴파크에 간다. 내가 자주 가던 맥주슈퍼가 있어서 그곳에서 맥주를 사서는 그 앞 잔디밭에서 낮잠도 자고 맥주도 즐긴다. 그러다가 헤어진다.

드러머 친구가 대전에 살아서 자주 만날 순 없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정도였다. 그러니 우리 합주 실력은 정말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합주를 핑계로 그저 서로 만나서 노는 게 어쩌면 주된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이렇게 합주하며 만나서 논다는 것을 알게 된 다른 친구 몇 명이 더 합류하기도 했다. 한 친구는 자기도 노래에 참여하겠다고 연습해서 왔지만, 막상 합주실에서 부르려니 부끄러운지 잘하지 못했다. 합주실과 노래방은 확실히 다르니까 말이다. 다른 친구는 그 친구는 정말 놀러 오는 것 같았는데, 경상도에 살고 있는데 거의 매번 합주에 찾아왔다. 하지만 항상 일이 있어서 늦은 것처럼 합주가 거의 끝날 때 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합주에는 관심이 없으니 함께 회식하며 놀기 위해 왔던 거일 거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4~5명이 모이게 되었고, 술자리에서 한 친구의 말실수로부터 우리의 밴드명이 « 암과 흑 »으로 정해졌다. 합주 자체는 내가 했던 어떤 밴드보다 엉망진창이었지만, 가장 즐거웠던 밴드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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