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진료는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다고?

by 이확위

수술했던 코를 점검받기 위해 이비인후과 진료가 필요했지만 한 달 가까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예약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병원 예약을 위한 앱인 Doctolib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번호가 필요해서 프랑스에 도착한 주말 바로 선불유심침을 사서 프랑스 번호를 얻었다. 그 후, Doctolib에 바로 가입하고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검색했다. 의사마다 전문분야들이 적혀 있었다. 내가 살펴봐야 하는 건 우선 언어정보였다. 의사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적어둔 곳을 골라야 했다. 그런 후, 우선적으로 본 것은 수술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아직 한국에서 수술 후의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암일 가능성이 있으니 암도 자신의 전문분야로 적어둔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게 의사를 선택하고 예약을 하려 하니 한 달 뒤에 첫 진료가 가능하더라. 프랑스에서 전문의 진료 예약 잡기가 어렵다는 이미 들었지만 이렇게 한 달이나 걸릴 줄은 몰랐다.

프랑스도 다른 여러 나라처럼 주치의 제도가 있어서 사람들이 자신의 주치의를 지정하여 시스템에 등록한다. 주치의를 통해 전문의 진료의 소견서를 가지고 진료를 봐야 진료비를 더 환급받을 수 있다. 워낙 의료비는 환급받고 거의 내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곳이라 그런지, 모두가 거의 이 절차대로 진료를 받고 있었다. (한국은 처음부터 할인된 가격을 받는다면, 이곳은 후에 환급받는 경우가 많더라) 주치의는 보통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generalist)이다. 전문의 과정 즉,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은 의사 말이다. 일반의에게 가면 이들이 먼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닌 경우 해당 진료 전문의에게 가라고 소견서를 작성해 준다.

주치의를 지정하는 방법은 일단 Doctolib에서 그 의사가 새로운 환자를 받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그 후에 예약을 잡는다. (이미 주치의로 진료하는 환자가 너무 많은 의사의 경우 더 이상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적어두기도 한다.) 의사를 만나면 주치의가 되어줄 수 있냐 묻고 의사가 가능하다면 서류를 작성해 준다. 그 서류를 의료보험 기관에 제출하면 머지않아 시스템에 주치의가 등록된다. 프랑스에 간다면 주치의 지정은 의료비 절감을 위해 필수라 하겠다. 주치의 선정을 위해서도 이렇게 의사와 예약을 잡고 가야 한다. 예약은 보통 15분 단위로 스케줄이 나와있고, 가능한 날을 고르면 되는데, 프랑스 병원에서 내 진료시간이 최소 15분은 보장된다 생각하면 된다. 한국보다 확실히 진료에 시간을 더 많이 써준다고 매번 느꼈다.

나는 내가 가야 하는 곳이 이비인후과임을 알았기에 바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한 달 뒤 가장 빠른 시간에 예약을 해두고 찾아갔다. 내가 간 곳은 세 명의 의사가 함께하는 일종의 작은 이비인후과 센터였다. 처음 갔던 일반의 병원이 너무 병원 갔지 않아서 프랑스 병원은 다 이렇나 싶었는데, 이곳은 가니 간판만 한국 병원 같지 않을 뿐, 한국과 비슷했다. 리셉션에서 담당자가 사람이 들어오면 접수를 한다. 예약을 확인하고, 몇 번 대기실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해당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예약시간이 비슷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한국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들어오며 눈이 마주치면 모두 인사를 한다. 이곳은 한국보다 사람을 만났을 때 인사하는 것이 더 보편적이다. “Bonjour (봉쥬ㅎ)”는 정말 가게 마트에서 계산할 때도 점원에게 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내 한국인 지인은 딴생각하다가 점원의 인사에 맞받아치지 않으니 인사할 때까지 계산을 안 했다고 했다.) 앉아있으니 잠시 뒤 “Madame Lee?(마담 리)”라고 나를 부르더라. 진료실은 당연히 이비인후과 같았다. 내시경을 보도록 모니터들 있고, 석션기기들 있고 평범한 병원이었다. 그 익숙한 평범함이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의사는 Doctolib에 영어를 할 수 있다고 적어두었는데, 알아듣는데 영어로 말을 잘 못했다. 그래서 조금 대화를 시도하다가 의사가 컴퓨터 모니터에 구글 번역기를 틀더라. 그러더니 [프랑스어->한국어]로 하고는 [Bonjour -> 안녕하세요]를 치고는 잘 맞는지 확인하였다. 그렇게 나는 영어로 말하고, 그러면 의사가 내 말을 들은 후, 구글 번역기에 자신이 하려는 말을 적어서 내게 번역된 한국어를 보여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견서와 암스테르담 공항의 응급센터에서 적어 준 소견서도 보여주며 내 상태를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듣고는 코를 한번 내시경으로 본다며 진료의자에 날 앉혔다. 마지막 출혈은 이미 한 달도 더 전이었으니 (프랑스 도착 11월 19일/이비인후과 진료일 1월 6일) 더 이상 출혈도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모두 다 괜찮다고 했다. 추적 진료가 필요한 종양이니 3개월 후에 다시 예약을 잡고 찾아오라고 했다. 이비인후과를 다녀오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었다. 수술한 부위가 괜찮다는 얘기를 들어서이기도 하고, 프랑스의 병원도 괜찮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심지어 잘 사는 곳이니 당연히 의료시스템은 잘 되어 있는 게 당연한 거였지만 눈으로 확인하니 안심이 됐다.

프랑스에서 전문의 진료를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내가 이걸 불편사항처럼 누군가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러자 대답이 이랬다. “정말 급하고 많이 아프면, 응급실을 가야지” 일반의를 통해 소견서를 가지고 전문의를 찾아가고 전문의 진료는 기다려야 가능한 이곳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 기다림은 언제나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들은 그저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었고, 이방인인 나는 한국에서 보다 빠르게 전문의를 만나는 시스템에 익숙한 상태였고, 그것이 더 편했고, 그걸 알았기에 이곳이 불편했다. 내가 만약 한국의 병원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였다면 프랑스의 시스템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 내 글의 신뢰도를 위해,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찾아갔던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 예약이 언제 가능한지 궁금하여 Doctolib 앱에 접속해 보았다. 우선, 오늘은 2024년 6월 26일이다. 이 의사의 경우 가장 빠른 진료 예약은 2024년 8월 1일이다. 8월 1일도 14시 15분 한 타임만 가능하다. 8월은 바캉스, 휴가 시즌이라 프랑스 의사들도 휴가를 간다. 그러니 아마 예약 가능한 날도 많지 않을 거다. 이 의사의 경우 8월 1일 후에는 9월에나 진료가 가능하다. 전문의 진료를 위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글의 제목은 프랑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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