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이 무료요? MRI 찍는데 3유로요?

by 이확위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에서 의료보험 제도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보험에서 보장된다. 내가 살았던 알자스 지역에서 난 의료비의 90%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내는 진료비는 크게 많지 않았다. 프랑스는 한국과 다른 것이 내가 비용을 지불하면 그 후에 지정된 계좌로 환급되는 형태이다. 한국은 처음부터 적은 돈을 지불하는 형태이니 그 시스템이 다르다.


약값의 경우 보험으로 보장되는 것들이 많아 돈을 내는 게 많지 않다. 보험에서 완전히 적용되지 않아 일부 돈을 내야 하는 경우 약사는 매번 묻곤 했다. 돈을 내야 하는데 약을 사시겠냐고 말이다. 처음에는 내야 하는 돈이 많은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내야 한다는 게 보통 3유로 정도였다. 요즘 높은 환율로 따져도 5천 원이다. 워낙 보험 처리되어 돈을 거의 지불하지 않는 게 이곳에서는 당연하다 보니 약간이라도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 환자들에게 물어보는 듯했다. (돈 낸다고 약을 안 사는 사람도 있는가 보다.) 정확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쩔 때는 약값이 무료일 때도 있었다. 돈을 낼 게 전혀 없는 날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추가로 사보험 (Mutuelle)에 들어있어서 전산상에서 사보험에서 추가로 처리되면서 내가 낼 돈이 제로가 된 것 같았다.

약 값만 저렴한 것은 아니다. 한 번은 MRI를 찍어야 했다. MRI를 찍는 센터에 가서 내가 사간 조영제(지난 글 참고)를 맞고 MRI 스캔을 했다. 이후 결제를 하는데 3유로라고 했다. 3,00이라고 적혀있어서 300유로인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3유로였다. 대체 얼마나 보험으로 처리되는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 한국에서도 대학병원에서 MRI를 찍었었는데 18만 원 상당의 돈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면에서 프랑스는 훨씬 큰 범위에서 의료비를 보험으로 보장해 주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된 보험 시스템이기에 이 정도의 보장이 가능한 건지 궁금했다. 이렇게 돈을 거의 내지 않는 게 당연히 되다 보니, 환급을 받고 돈을 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불편한 각종 예약들과 전문의 진료를 위해 오랜 기다림을 견디는 건가 싶었다.

한 번은 다리에 통증이 있어 근육 마사지젤과 진통제를 위해 약국을 간 일이 있다. 의사의 처방이 없는 상태로 약을 사려하니 그 약값이 10유로가 넘더라. 의사에게 진료받으면 진료비도 환급받고 약값도 거의 내지 않으니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진료를 봐야겠다 다짐하게 해 준 경험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국민건강보험은 한국이 최고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한국처럼 해주는 나라가 없다는 얘기들이었는데, 막상 프랑스로 나와 경험해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았다. 프랑스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체계적이었고 (물론 한국도) 그 보장 범위가 한국보다 넓은 것 같았다. 환자들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한국보다 훨씬 적은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하고 검색해 보니 프랑스는 건강보험의 정부지원 비중이 50%가 넘는다고 했다. (한국은 15%가 채 되지 않는다) 전문의 진료를 위해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단 것을 제외한다면, 한국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게 크게 눈에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무조건 한국이 최고라는 일명 “국뽕”은 객관적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우리 것이 최고라는 착각이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한 한국 의료보험제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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