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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Dec 13. 2024

우울은 내게 질문을 던졌고, 나는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는 나를 제법 잘 아는 편이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나는 제법 잘 안다. 나는 이것을 우울이 내게 준 선물이라 생각한다. 나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하며 살아왔다. 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남에 대한 질문보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 많았다. 세상의 문제는 남이 아니라 언제나 나라고 생각했기에, 모든 문제의 답을 나에게서 찾으려 했었다. 내가 찾아간 답들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점점 더 내가 되어왔다.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호텔 근처에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이런저런 메뉴가 많았지만,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기에 내가 좋아하는 조합으로 메뉴를 고른다.

-바삭하게 구운 사워도우 토스트에 버터.

-훈제연어에 스크램블 에그

-버섯볶음에 간단한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시원한 커피 (따뜻한 커피가 더 좋지만 더우니까)메뉴가 나오고 먹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할 맛이라는 것을-

싱가포르 창이공항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40m 실내 폭포가 있었다. 예쁘게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공유할 겸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다. 배경음악은 바로 떠올랐다. 좋아하는 노래다. Said the sky -All I got. EDM 같은 곡을 좋아하지 않아 DJ들에는 관심이 없지만, 종종 맘에 드는 곡들을 발견하곤 한다. 작년에는 Kygo의 Freeze가 그랬고, 최근에는 이 곡이다. 두 곡당 공통된 느낌이 있다. 광활한 대자연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

https://youtu.be/X-sIsWrqAaU? si=rPlEmlJuytsKHK6 n


삶의 많은 것들에 취향이 확고해졌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한 게 있다면- 사람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쉽지 않다. 사람은 복잡하다. 사람은 어렵다. 한 가지 모습을 지닌 사람은 없기에 쉽게 결정짓지 못한다. 누군가가 이상형을 물으면 그냥 쉽게 “웃는 게 보기 좋은 사람”이라고 하곤 했다. 웃는 것조차 보기 싫은 건 진짜 싫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가 있을까. 그러니 딱히 이상형조차 없는 거다. 키우고 싶은 개는 확고한데 (골든레트리버 또는 래브라도 레트리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모르겠다.


어쩌면 이제는 내게만 질문을 할 때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 질문을 하며 그 안에서 나를 찾아가야 하는 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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