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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청 Sep 21. 2022

자가격리 기록 - prologue

목감기인가.. 했지..

2022년 9월 16일 금요일.

목요일인 전날 평일이지만 축하할 일이 있어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에 출근을 위해서 잠에서 깼는데?

목이 너무 아프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편도가 부었다'라고 할 때의 그 느낌. 침 삼키는 것도 어렵고, 목소리도 살짝 잠기고, 가래도 끼고.. 위 대화에서 보다시피 다들 코로나라고 의심을 정말 하나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잠 깨고 친구들하고 장난식으로 목이 너무 아프다고 했고, 단지 아침이라 몸이 아직 덜 깨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출근하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아파 다시 한번 물어볼 때도 별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친구가 다시 한번 한부를 물을 때 몸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었기에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다.


2022년 9월 17일 토요일.

마무리해야 하는 일이 조금 남아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여전히 목이 아팠다. 그리고 열이 났는데, 집에 체온계가 없어 정확한 온도를 측정해 보지는 못하였지만 통상 열이 나면 피부가 따가운.. 그런 느낌이 제법 심해서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다.


일단 그래도 급한 일을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오후에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마무리했다. 그러고 영 찝찝해서 사무실에 비치된 자가 키트와 체온계로 한번 해 보니,


당첨.. 씨바..

열도 제법 나왔고, 자가진단키트에서도 희미하지만 T에 붉은 줄이 보인다. 내가 소심해서 코 찌르기를 깊이 하지 않았나 본데, 매뉴얼에 보면 흐릿하게 나와도 감염이라고 되어 있었다.

바로 지난 목요일 함께 한 친구들과 금요일 사무실에 있었던 대표님과 직원에게 통보하고 자가 키트를 해 보라고 전했다.


제법 아프다.

나는 잘 아프지 않는다. 연말정산을 할 때 의료비를 보면 스케일링 비용만 있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잘 안 아프다. 아니, 어지간히 아파서는 그냥 자체 면역으로 해결하는 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일주일간의 격리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할까 브런치에 기록할까 고민하다 브런치에 기록하기로 한다. 일주일 동안 집에 타의로 갇혀 있으면서 지내다 지내다 보면 뭔가 깨달음을 얻는.. 다기보다는 그래도 평소보다는 다 '생각'이라는 것을 조금 더 하지 않을까?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한참 우리나라에서 유행을 할 때도 나는 확진된 적이 없었기에 코로나와 나는 인연이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나저나 잠복기가 일주일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일주일 동안 내 동선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 회사, 집이었겠지만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T에 줄이 확인되는 순간 온갖 생각이 든다. 우선, 누군가 나 때문에 전염되었으면 어떡하지? 역학조사도 하지 않는 판국에 온갖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안일해서 예전만큼 철저하게 마스크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미안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로 인해서 걸린 사람이 있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두 번째로 선별 검사소는 어찌 가야 하는지? 주말인데.. 검색을 해 보니 사제 병원들은 아마 대부분 쉬는 것 같은데 보건소는 주말에도 당직을 정해서 오픈하는 것 같다. 의료진들한테도 참 죄송스럽다. 뉴스를 보고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 보면서 '생각 없이 다니다가 걸리는 놈들 때문에 의료진들이 무슨 고생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내가 그런 썅놈이 될 줄이야..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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