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출근길 책

by 스캇아빠

겨울이 온 지 한참 전인 것 같은데, 날씨가 춥지 않다. 추우면 춥다고 불평하고, 더우면 덥다고 불평하고, 추워야 하는데 춥지 않다고 불평이라니 어떤 날씨가 오면 나는 불평하지 않을까 하고 자책해 본다.


이번책 -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어지간히 속도가 안 난다. 책 소개를 받을 때 엄청난 스포를 당했음에도 계속 읽고 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어 계속 읽고 있다. 하지만, 역시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읽는 속도가 더디다. 그래도 이번 책은 이전 책처럼 실패할 일은 없어 보인다. 누군가 추천을 받아 읽었던 것 같은데,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은 처참히 실패했다. 중구난방 스토리지만 주인공에게 마음을 쏟았던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마치고 싶었는데, 중후반을 넘어가면서도 책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해,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접었다.


한국에서는 출퇴근할 때 책을 꽤 읽었던 것 같다. 분당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태백산맥과 한강을 읽었다. 그때 누가 나한테 말이라도 걸었다면 전라도 사투리로 대답했을지도 모르게 한참을 빠져들었다. 그 후, 회사 근처로 이사하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는 다 읽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캐나다로 이민 올 때 들고 온 몇 안 되는 책인 만큼, 다른 책은 다 나눔을 해도 그 책만큼은 아직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모두 읽어야 할 텐데, 왠지 예전만큼 더글라스 아담스의 농담에 흥미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죽기 전에는 읽고 싶다.


독서가 취미란 말을 창피해서 하지 못했었다. 워낙 노는 걸 좋아하는 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책을 읽는 것을 TV드라마 보듯이 하는 내가 독서를 취미라고 말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소설 읽는 것은 웬만한 드라마를 보는 것보다 재미있다. 허무하게 끝이 나는 책도 있지만 (책 제목은 스포가 될까 봐 말 못 해)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해서 마지막장이 끝났고도 한참을 책을 덮지 못하는 책도 있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심각했다가, 헛웃음만 나오기도 하고, 귀여움에 몰랑몰랑해지기도 하다가 잔인함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이야기 자체에서 주는 힘으로 읽기도 하고 독창적인 컨셉에 끌려 읽기도 하고 내용은 단순한데 섬세한 글재주에 책을 내려 놓지 못하기도 한다.


지난 퇴근길에 충동적으로 새책 “The Eyes and the Impossible”을 시작해 버렸다. 책 표지를 보고 판단하지 말라 했는데 책 표지와 제목이 귀여워 충동 시작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빨리 끝내야 할 텐데 말이다. 새책도 빨리 다 읽고 싶고,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스토리 들도 읽어야 하는데, 그 와중에 이렇게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쓰고 있다니..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그럼, 이제, 오늘 이 정도면 분량은 채운것 같으니 나는 책을 읽으련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