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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막내, 작은 아버지

by 황마담
작은 아버지의 결혼식 사진이다.유일하게 남아있는, 친가 직계 가족 사진이기도 하다.


우선, 이 사진에서는..
뒤에 나란히 서 있는, 세 명의 고모가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가운데에 계신 고모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셔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주 낯선 얼굴이다.


유일하게 남겨진 사진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묘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3남 4녀의 7형제 중에-

여섯째인 우리 아버지 보다 2살 어린,

막내였던 작은 아버지는..


우리 부모님이 결혼을 한 직후에

바로 결혼식을 하셨고, 이어 태어난 아들은..

나보다 생일이 석달 빠른 오빠다.


(집안 어른들은 모두 내게,
그를 오빠라 불러야 한다고 꾸짖었으나..
어릴 때부터 싸가지가 없었던 나는,

그를 지금껏 그냥 이름으로 부른다;;;ㅋ)




내 어린 기억 속의 작은 아버지는,
사람이 약간 모자르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순했다.


그래서였는지.. 막노동에, 비료 공장까지-
형제들 중.. 가장 가난하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런 막내 아들이 제일 애틋했던 할머니는,
평생을 작은 아버지의 가족들과 함께 사셨고-


돌아가시고는, 유일한 재산이었던 집을
작은 아버지의 몫으로 남겨두셨다.


(물론, 꼬장꼬장했던 할머니의 성격 상-

시집살이를 했던 작은 엄마의 고생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을 게다;;;;)




고생을 많이 했던 작은 아버지는,
언젠가부터는 머리도, 치아도 다 빠져버려서,
형인 우리 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이기도 했는데..


그런 외형과,

너무도 닳아버린 거친 손을 보면서,
어린 나조차도.. 무척이나 애틋했던.. 기억이 있다.




작은 아버지는 죽음마저도 너무나 가여웠는데...


비료공장에서 노동을 마치고 회식을 하셨던 날.

음주 후에, 동료 분들과 함께

대리 운전을 불러서, 한 차로 귀가 하시다가..

대리 기사님의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나서,

같이 타고 있던 다섯 분 중.. 유일하게 돌아가셨다.


아마도 사고를 예측한 대리 기사님이

놀라서 핸들을 확- 틀다 보니, 보조석에 앉아있던

작은 아버지 쪽의 충격이 가장 컸던 듯 하다. ㅠㅠ


다른 분들은 모두-
타박상 같은 경상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렇게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도..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작은 아버지의 2남 1녀는 다 장성하여-

예쁜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잘 살고 있다.


몇 년 전, 설날에..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가 사시던, 이제는 작은 엄마가 살고 계시는-

바로 그 집에 다녀왔는데..


동생의 제사를 모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짠- 했지만,

힘들어도 밝고, 건강하고,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는

작은 집 가족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작은 아버지도, 아마.. 하늘에서 같이 지켜보며-

행복해서, 바보처럼 껄껄-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진짜, 다 보고 계셨던 거.. 맞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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