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번째 시
분명 나비는 바다로 추락했다
그 안에서 자기 먼저 숨 쉬어야겠다는
탐욕의 물고기들 사이에서
나비는 순결도 빼앗기고 빛바랜 추억도 빼앗기고
비정한 사랑에 흘릴 눈물까지 잃었다
햇빛에 반짝거리던 날개가 꽃잎처럼 떨어져 나가고
수없이 긁다 이윽고 떨어져 나간 딱지로 굳어서
바다 귓속으로 떨어져 나갔다
추락하면서 나비는 어둑어둑하지만
결코 어둑어둑하지만은 않은 작은 빛을 보았다
우주
바다는 우주와 맞닿아있었다
허무한 날개 죽지를 미친 듯이 흔들었고
나비는 흉하나 지지 않은 날갯짓으로 은하수 위를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