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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1. 2022

늑대, 울다

마흔네 번째 시

늦은 새벽

울부짖는 전화기

가로등을 부여잡고

나는 미친 듯이 소주를 토해냈다

거리에는 과거의 시간들이 숯처럼 타들어가고

아직 태우지 못한 어린 짐승의 사진만 남을 뿐이다

자주 먹던 전기구이 통닭집 트럭이 보이고

등 뒤에서 늑대의 그림자가 나를 향해 울고 있었다

늑대들이 살던 숲이 타버려서

눈에도 시큰거리는 불똥이 튀어나왔다

늑대들은 안다

지켜야 할 것들이 없어질수록

세상을 차갑게 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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