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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2. 2022

전화

쉰네 번째 시

문득 걸려온 전화

수화기 너머로 절망의 꽃이 피어있다

겁쟁이는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따뜻하게 내리던 함박눈은

의미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이

스쳐가는 바람을 따라 그저 흔들릴 뿐이다

베인 상처에 맺히는 핏방울들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오래된 원두커피 같을 때

들려오는 노래들은 온통 가사들뿐이라

나도 모르게 쥐고 있던 핸들을 놓아버린다

죽음마저 나를 외면하는지

도로 위에 스러져 민들레 꽃 한 송이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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