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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만복 Jun 29. 2022

어느 미망인의 꽃

여든두 번째 시 [이상,『내가 좋아하는 화초와 내 집의 화초』를 보고]

내 집아 떠나지 마라

뒤뜰, 장독대, 연기 잃은 굴뚝, 대문

개 밥그릇, 웬수 사진, 웬수의 웬수까지도

태우지도 못할 것들은 줄곧 옥잠화로 피어있다

뱃머리를 요단강으로 돌리다 점잖이 못한 후회만 떠넘기고

노을 저 편 하얀 가루로 남아버린

대신할 수 없는 화초들이 불편하게 만연하다


미망인 같아서 좋아합니다


떠날까 하여 지는 집

강 너머로 꽃이 피어있어

어디로 발길을 두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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