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두 번째 시 [이상,『내가 좋아하는 화초와 내 집의 화초』를 보고]
내 집아 떠나지 마라
뒤뜰, 장독대, 연기 잃은 굴뚝, 대문
개 밥그릇, 웬수 사진, 웬수의 웬수까지도
태우지도 못할 것들은 줄곧 옥잠화로 피어있다
뱃머리를 요단강으로 돌리다 점잖이 못한 후회만 떠넘기고
노을 저 편 하얀 가루로 남아버린
대신할 수 없는 화초들이 불편하게 만연하다
미망인 같아서 좋아합니다
떠날까 하여 지는 집
강 너머로 꽃이 피어있어
어디로 발길을 두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