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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Nov 08. 2018

호랑나비의 집은 어디인가요?(storytelling)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0.16.화. 호랑나비 부부 이야기)

오른쪽 작은 복잎의 산초나무

도특한 향의 꽃과 잎



한여름 산초나무를 찾아 날아드는 호랑나비



꽃이 한창일 때

날아든 호랑나비들



꿀도 먹고 짝도 찾고





숲의 정령님!

저의 호랑나비 부부의 집은 어디인가요?


숲의 녹음이 우거져 가던 어느 화창한 초 여름날

숲의 정령에게 크고 화려한 호랑나비 부부가 찿아 와 신방 차릴 나무를 점지해 주실 것을 간청했습니다.

‘내심 우리처럼 크고 화려한 나비에 걸 맞는 나무를 기대하며...’

숲의 정령은 팔장을 끼고 한참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지요.

얼마후 눈을 뜬 숲의 정령

“자네들 부부에게 어울리는 꽤 괜찮은 나무가 있네.”


부푼 기대를 가지고 저 구름 아래 숲으로 희망의 날개 짓을 하며 내려 갔습니다.

초여름의 숲은 역동적으로 저마다의 삶을 추구하며 전체 숲에 어울리는 하모니를 이뤄가고 있었지요.

호랑나비 부부는 먼저 숲 위쪽의 우람한 나무로 내려가 숲의 정령이 말한 부부의 신방인지를 살폈습니다.

수백년을 살아온 이 신갈나무는 기개가 있고 멋스러웠지만 왠지 모를 위엄으로 인해 자신들이 찾는 나무가 아닌 것 같았지요.

작고 갸날픈 알과 애벌레가 살기에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숲의 참나무 군락에 둘러 쌓여 외롭게 살아가는 오래된 소나무가 보여 호랑나비 부부는 그 나무 옆으로 다가가 물었지요.

“소나무님! 저희 부부가 알을 낳고 커갈 터전이 되어 줄 수 있나요?”

“보시게! 나같은 늙은이가 자네들처럼 희망찬 젊은이들을 품기에는 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다네.”


산란처를 구하는 산란이 가까운 호랑나비 부부

우람한 신갈나무

오래된 소나무

풍성한 백합나무

하얀 나비를 닮은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도 아닌


커다란 나무 아래의 키 작은 나무

도드라지는 나무는 아니지만

독특한 향의 잎과 꽃

그리고 소중한 무엇을 간직한 듯, 가시를 품어 경계하는 

산초나무


희망찬 눈빛을 주고 받는 호랑나비 부부


숲을 좀더 내려오니 커다란 잎사귀를 수북히 달고 있는 괜찮은 나무가 있어 그 나무 그늘로 날아 들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시원한 그늘과 풍요로운 잎으로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군요.”

“감사하오. 이 많은 잎을 건사하려면 저 아래 뿌리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겠소?”

“저희 부부가 삶을 의탁해도 될까요? 백합나무님!”

“나야 괜찮지만 내 잎이 너무 커서 비바람이라도 불게 되면 당신의 알과 애벌레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요?”


숲 아래로 더 내려오던 중 수많은 하얀 나비들이 앉아 있는 산딸나무를 발견했지요.

나무 전체가 나비로 둘러 앉아 있는 듯했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얀 나비가 아니고 커다란 꽃잎들이었습니다.

하얀 꽃잎이 햇살에 반짝이니 눈이 부셨고 꽃잎은 무성한데 잎사귀가 부실한 느낌이었지요.


산란할 신방 나무를 찾아 헤매느라 많이 지쳐가던 호랑나비 부부

커다란 나무 사이의 작은 키 나무에 앉아 잠시 쉬었습니다.

깜박 졸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향이 느껴졌지요.

눈을 떠서 앉아 있는 아래를 보니 작은 잎사귀를 달고 있고 사이사이 예리한 가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날개짓 하기에 위험스럽기도 했지만 한편 생각해 보니 가시를 품고 있다는 것은 귀중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숲의 정령이 말한 나무를 상상해보았습니다.

‘이 나무는 도드라지는 나무는 아니지만 잎과 꽃에 귀한 것을 간직하고 있다네.’

호랑나비 부부는 희망찬 눈빛을 주고 받았지요.


찬미합니다

사랑합니다

존중합니다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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