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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 숲해설가 황승현 Dec 24. 2018

내 사랑, 언제 오시나요?(storytelling)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12.24.월. 쑥부쟁이의 전설)


11. 16(금). 0852시

쑥 캐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의 전설이 생각나는 꽃

'연모하는 총각을 기다리다 죽어간 불쌍한 쑥부쟁이 처녀'



겨울로 접어 든다는 입동도 지난

높은 산작락

서리를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청초함을 잃지 않은 쑥부쟁


11. 21(수). 0858시

주변은 겨울을 준비하는데




11. 27(화). 0843시

세월에 장사 없다는데

칼날같은 서리 기운이 스며들고



11. 29(목). 0844시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님을 뒤로 하고

한살이 삶을 마무리 하네요




내 사랑, 언제 오시나요?


찬 이슬 내린다는 한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겨울 절기에 접어든다는 입동

작은 눈이 내린다는 소설도 지나

첫 눈도 많이 내렸는데

깊은 산자락에 아직도 피어있는 꽃이 있습니다.

쑥부쟁이 꽃이지요.


쑥 캐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의 전설이 생각나는 꽃

연모하는 총각을 기다리다 죽어간 불쌍한 쑥부쟁이 처

그 가련한 쑥부쟁이 처녀의 환생일까요?


맞습니다.

쑥 캐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의 전설이 생각나는 꽃

연모하는 총각을 기다리다 죽어간 불쌍한 쑥부쟁이 처녀


그 가련한 쑥부쟁이 처녀의 환생이랄까요?

이 겨울 산과 들녘에 피어난 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렇게 늦은 계절에 외따로 가냘프게 피어나 옛 사랑을 그리듯

먹먹히 서 있는 꽃을 아침마다 올라와 바라 보다 내려 갑니다.


그 옛날 멧돼지 잡으려고 파놓은 웅덩이에서 구해준 그 처녀와 했던

‘다시 찾아오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총각이라도 되는 듯...

이 꽃을 매일 보러 오지요.


가파른 돌무더기에서 피어난 이 아름답고 청순한 꽃을 한참 바라보다가

전생에 무슨 깊은 인연이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변을 둘러 보네요.

가문비나무가 애워 싼 벼랑 끝에 피어나 옛 사랑이 오는지 멀리 내다보는 꽃이라서 그런가 더욱 애처롭습니다.

저와 같이 안쓰런 쑥부쟁이를 바라보던 건너편 수리취

그 강건하던 수리취는 이 초겨울 추위에 ‘얼음’하고 한 살이를 마감한지 오래지만

마음만은 함께 한다는 듯, 이 쪽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네요.


이제 점점 더 추워집니다.

올해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오늘도 가파른 산을 오르며 이 추위에 어떻게 잘 견디고 있을까 걱정하며 다가가 바라봅니다.

추위에 많이 야위어진 모습, 먼저 피어난 꽃은 벌써 시들고,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사력을 다해 흠모하는 마음을 토해내는 듯하군요.


흰꽃으로 피어나 그리움에 사무쳐 보랏빛으로 변해가는 꽃

밤사이에 내려앉는 서리가 아픔으로 짖눌러 오지만

‘오신다고 하신 그분’ 약속하신대로 꼭 오시리라고 믿고 깊은 겨울 오도록 기다림을 계속합니다.


아침마다 바라보는 느낌이 더해져

이제는 뭉클한 마음이 이는군요.

괜히 죄지은 듯하고

자꾸 전생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내가 전생에 그 총각은 아니었는지 싶고...



부쟁이와 삶을 함께 하며

그 삶을 바라보던 수리취



'이 새벽의 종달새' 블로그  http://blog.daum.net/hwangsh61

BAND 숲에서 온 종달새 편지 http://band.us/#!/band/616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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