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년 은행나무' 이야기

은행나무 본체에서 돋아난 일곱개의 자식 은행나무가 한몸으로 빛을 발하다

episode


빈 자리

긴 세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인내로 가꿔진 울창한 숲이 어떤 이유로 베어져 버리면

그 숲에 기대어 살아가던 수 많은 동식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고

떠나버린 동식물들로 인해 더욱 황폐해진 산하는 온전히 비바람에 노출되어 거친 모습으로 변하게 되고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수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합니다.

그 수많은 세월 동안 거대한 수목들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공허함이 찾아들지요.



'생로병사'가 인간사의 흐름이라지만

몇해전 돌아가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그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하늘이 무너지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더군요.

마음으로 의지하고 모르는 것은 늘 여쭙곤 하였는데

아니 계시니 그 공허함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더욱이 배우자를 잃어 더욱 작아지신 어머니를 뵈오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네요.


아내가 발에 골절상을 당하여 병원에 입원하였지요.

배우자가 다쳐서 병상에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서글퍼집니다.

활기넘치던 모습은 어디가고 초췌한 모습으로 작아져 보일 때는 더욱 그렇더군요.

더욱이

병원에 집사람을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안방에 집사람의 흔적만 있을 뿐

모습이 아니 보이니

가족 모두가 침울한 분위기입니다.

아내의 빈 자리

엄마의 빈 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가을이네요.



storytelling


먼 옛날

은행나무 묘목을 지고가던 스님이 넓은 밭뚝에 이르러 한참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래! 천년을 살아갈 나무의 터전으로 여기가 좋겠구나!"하며

구덩이 파서 은행나무를 정성껏 심고 몇날 몇일 독경을 하고는 떠나 갔습니다.


그렇게 천년 세월

은행나무의 작은 삶이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농사짓는 농부들은 스님이 심어 놓은 은행나무를

'무슨 큰 뜻이 있어 심은 나무'라며 열심히 물주고 가꾸었던 것입니다.


은행나무는 주변의 어떤 거리낌도 없이 기세를 펼치며 몸집을 키워 쑥쑥 자랐지요.

수십년이 흘러 어른 나무로 자랐을 때는

수형도 멋스럽고 그늘도 좋아 농부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주곤 했습니다.

"예전 그 스님의 덕행으로 이렇게 우람하게 자라 우리 농부들의 쉼터가 되어주니 참으로 고맙네요."


은행나무는 농부들의 칭송과 보살핌으로 더욱 잘 발육하여

품격있는 분위기로 인근에서 유명세를 타세 되었습니다.

이웃 마을뿐만이 아니라 먼 마을에서도 다녀가고 고을 원님도 다녀갔지요.

관가의 관심과 마을 사람들의 배려로 은행나무는 더욱 훌륭한 나무로 자라 마을의 자랑거리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수백년이 지난 어느날

비바람이 매섭게 불고 번개가 심하게 치던 날

벌판의 은행나무는 번개를 맞아 한순간에 거대한 기둥 줄기가 쪼개지고 비바람에 부러지는 변을 당하게 되었지요.


사고를 당한 다음날

마을사람들이 모여 이 엄청난 사고를 목격하고 망연자실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은행나무인데, 이를 어쩌나? 무슨 변고가 있을려는지 걱정이네~"

마을 사람들은 쪼개지고 부러진 은행나무 앞에 제단을 차리고 정성드려 제사를 지냈지요.

"수백년을 잘 살아오셨는데 이런 변고를 당하니 황망하기 그지없습니다.

모쪼록 기력을 다하여 갱생하시길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비나이다."

그리고 은행나무 주변에 풍성한 퇴비를 묻어 기력충천이 되도록 배려하였습니다.



먼 옛날 들녁 지나던 스님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마을 사람들이 큰 뜻이 있어 심은 은행나무로 여겨

성심껏 관리하여 거목으로 성장하며

농부들의 좋은 쉼터로 역할을 하다가

수백년이 지난 어느 험한 날

번개로 인해 조각이 나고 비바람에 부러져 생명을 다한 듯하다가

마을 사람들의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모체에서 3년여만에 일곱개의 자식 은행나무들로 돋아나 자라며 한 그루처럼 어우려져

아름다운 자태로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천년 은행나무 이야기



그러나 두 해가 지나도 쪼개지고 부러진 은행나무는 잎과 싹을 틔울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요.

은행나무 잎장에서 보면 엄청난 충격에 생명의 기미를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은행나무의 변고를 보고는 마을에 어떤 화가 미칠까 모두가 근신하며 지냈던 것이지요.

삿된 생각을 버리고 반듯하게 생각하며

없는 사람들을 돕고 건실하게 생활하였던 것입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미풍양속을 더욱 돋우고

상부상조하며 살갑게 살아가니

마을의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하여 더욱 살기좋은 마을이 되었지요.


그러

3년여가 지난 어느해

쪼개지고 부러진 은행나무 모체 둥치에서 빙돌아가며 일곱개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이 신기한 징조를 길조라 여기고 은행나무 모체에 더욱 정성을 다하였지요.


변고가 잊혀질 때 즈음

거대한 은행나무 모체에 축적되어 있던 영양분을 기반으로

생기있게 움튼 일곱개의 은행나무 줄기는

어미 모체를 비호하듯 둥그렇게 자라올라 조화로운 풍광을 갖춰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백년이 흐르자 일곱개의 은행나무는

모체를 기반으로 한 그루 은행나무처럼 보여 그 신비로움을 더해 갔던 것이지요.



해마다 봄이면 연초록 잎사귀를 피어내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였고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연출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던 것입니다.


먼 옛날 어느 스님의 깊은 뜻과

마을에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어우러지고

은행나무 모체의 신비한 기운으로 인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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