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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쌤 Feb 15. 2021

믿습니다, 성선설.

Feat. 휴먼 카인드

평소에 내가 사람들에게 자주 묻는 뜬금없는 질문 중 하나는 성선설 vs. 성악설이다. 학생들의 에세이 토픽으로도 자주 내줄 만큼 내게 사람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여부는 꽤나 흥미로운 질문이다. 누군가 내게 이 질문을 묻는다면, 난 <성선설>이라고 대답하겠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그 친구들 안에는 악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다면, <아이들의 순수함>이라는 말은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세상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스탠퍼드 대학에서 이뤄진 짐바르도의 교도관-죄수 실험, 골딩의 <파리대왕>이라는 책만 봐도 그렇다. 사람은 본래 악해서 나 스스로가 살아 남기 위해 서로를 해치고 아프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성선설을 지지했다. 

어쩌면 벼랑 끝으로 몰린 나의 믿음을 구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가제본으로 받아본 인플루엔셜의 <휴먼 카인드>은 성선설을 굳게 믿고 있는 나를 강하게 지지해준다. 내가 왜 어린아이들을 보면 지켜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그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사람은 선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의 악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위에 케이스들은 물론이고, 나의 <성선설> 믿음을 거의 뒤집을 정도로 흔들어댔던 케이스는 <Bystander Effect> (방관자 효과)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Kitty Genovese 살인사건이다. 


새벽에 귀가하던 도중,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세상을 떠난 키티. 그녀의 죽음 뒤엔 38명의 방관자가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처음 배웠을 때 들었던 생각은 한마디로 비참했다. 단 한 명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녀가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사람들이 참으로 야속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휴먼 카인드>에서 재조명한 키티의 사건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녀가 괴한의 습격을 당해 38명이 보는 가운데 쓸쓸한 죽음을 맞이 한 것이 아닌, 친구의 품에서 숨을 거뒀다는 것. 키티의 마지막을 함께한 친구를 인터뷰 한 기사가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 경찰에 신고를 했던 사람이 여러 명이었으나, 경찰이 출동을 안 했다는 것. 38명은 목격자가 아니라 경찰이 심문한 사람들의 수였다는 것. 


따라서, 키티는 38명의 방관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죽은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휴먼 카인드>에서는 Kitty Genovese 사건 외에 우리가 흔히 아는 밀그램의 전기 충격 실험, 스탠퍼드 대학에서 이뤄진 짐바르도의 교도관-죄수 실험, 골딩의 <파리대왕>의 실제 이야기 등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상세하게 파헤쳐준다. 




가제본만 읽었는데 이렇게 재밌을 수가!!!!!

특히 심리학을 전공했거나, 내가 언급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을 잘 알고 있다면 더더욱 읽어야 한다. 잘못 알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내가 언급한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차피 잘못 알고 있었던 게 없었던 분들일 테니,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지식을 흡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참고 문헌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제대로 된 참고문헌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가 <휴먼 카인드>를 통해 읽은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싶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사람들은 서로가 악하다며 손가락질하는 시대다.

부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우리 삶 가운데 평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서로를 선하다고 믿고, 같은 <휴먼 카인드>로써 의지하고 살면 퍽퍽한 인생살이가 조금이라도 완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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