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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여울 Mar 31. 2022

싱가포르에선 카야토스트!

바삭한 토스트에 달콤한 카야잼 한 스푼

    

“안녕하세요!”

“자오 안!” (좋은 아침이에요.)

“니 하오 마?” (잘 지냈어요?)

“워 헌 하오.” (네, 잘 지냈어요.)

“니 야오 셤마?” (뭘 주문하시겠어요?)

“워 야오 이 뻬이 꼬삐." (커피 한 잔 주세요.)     


그곳에 가면 늘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 로컬 커피로 유명한 야쿤 카야 토스트 문점이다. 네 명의 직원들이 모두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좋아해서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를 할 수 있다. 내가 가면 마치 연예인이 온 것처럼 반겨주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가끔 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낯선 풍경에 흘깃 쳐다보다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로컬 커피숍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어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나도 느릿느릿하지만 중국어로 주문을 한다. 직원들은 그런 나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게 기다려 준다. 커피를 만드는 동안 나의 어설픈 중국어와 직원들의 어설픈 한국어가 만나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커피를 사서 나오기까지 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따뜻한 마음 한 스푼을 더 넣어 만들어 준 커피는 느 비싼 커피에도 비할 바가 못 된다.

 

여유가 있는  느긋하게 앉아 카야 토스트 세트를 먹는. 수란 두 개와 카야 토스트 네 조각, 커피 한 잔으로 구성되어 있는 Set A는 $4.80(4,300원, 2022년 3월 기준)인데, 가벼운 아침으로 먹기에 좋다. 싱가포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흰자가 몽글몽글한 수란을 잘 먹지 못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싱가포르 사람들처럼 수란에 간장을 조금 넣고 후추도 조금 뿌린 후 작은 스푼으로 떠먹어 보니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수란에는 라이트 소이 소스(Light Soysauce)를 넣어 먹는데, 우리나라 양조간장보다 색과 맛이 연해 조금 넣어 먹으면 비린 맛이 가시고 고소한 맛도 더 느낄 수 있다.


카야 토스트 Set A


간장을 넣은 수란


카야 토스트는 식빵 한 조각을 반으로 얇게 저며 두 조각으로 만든 후, 그 사이에 카야잼을 바르고 잘게 썬 버터를 몇 조각을 넣어 만다. 먹기 좋게 다시 반으로 잘라주면 식빵 한 조각으로 두 조각의 카야 토스트를 만들 수 있다. Set A에는 이렇게 만든 네 조각의 카야 토스트가 나온다. 카야 토스트를 먹을 때면 늘 고민되는 것이 있다. 바로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을 내주는 버터 때문이다. 버터를 얇게 펴 바른 것도 아니고 버터를 툭툭 잘라 두 조각씩 넣으니, 카야 토스트 네 조각을 먹으면 상당히 많은 양의 버터 먹게 된다. 단짠의 맛은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조금 조심스러워져서, 나는 주문할 때 버터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하거나 버터를 조금 덜어내고 먹는 편이다.      


카야 토스트


Set A에는 커피나 차 한 잔도 포함되어 있다. 꼬삐(Kopi)로 불리는 싱가포르 로컬 커피는 종류도 많고 맛이 진한 편이다. 로컬 커피를 처음 접했을 때 커피 이름도 재미있고 맛도 궁금해서 갈 때마다 다른 커피를 주문해서 마셔보았다. 꼬삐(Kopi)는 블랙커피에 연유가 들어간 것으로 달달한 맛이 좋은 커피이다. 꼬삐-오(Kopi-O)는 블랙커피에 설탕이 든 커이고 꼬삐-씨(Kopi-C)는 블랙커피에 무가당 연유와 설탕이 든 커피다. 꼬삐 씨 꼬송(Kopi-C Kosong)은 블랙커피에 무가당 연유가 들어있고 꼬삐 오 꼬송(Kopi-O Kosong)은 설탕이나 연유가 첨가되지 않은 블랙커피다. 


아이스커피로 주문할 때는 꼬삐 삥(Kopi Peng), 꼬삐 오 삥(Kopi-O Peng)처럼 커피 이름 뒤에 삥(Peng)을 붙이면 된다.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커피가 있고 떼(Teh)로 불리는 차도 이와 같이 종류가 많다. 나는 주로 블랙커피에 연유가 적게 들어가서 단맛이 덜한 꼬삐 씨우 따이(Kopi Siew Dai)를 마신다. 평소 단 커피를 싫어해서 블랙커피만 마시지만, 로컬 커피를 마실 때면 늘 연유가 들어간 커피를 마신다.     


 블랙커피에 연유를 넣은 꼬삐(Kopi), 블랙커피에 연유를 적게 넣은 꼬삐 씨우 따이(Kopi Siew Dai)


오늘 아침에는 아들과 함께 카야 토스트를 먹으러 갔다. 직원들은 한결같이 밝은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나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간 오늘, 나를 많이 기다렸다며 반색하는 직원들이 고마웠다. 코로나19에 걸려 아파서 못 오는 건 아닌지 안부가 궁금했다는 말에 가슴이 촉촉해졌다. Set A를 주문하고 옆에 서서 커피를 만드는 걸 지켜보았다. 커피를 만드는 직원은 늘 그러하듯 뜨거운 물을 커피 잔에 부어 잔부터 따끈하게 데웠다. 따뜻해진 잔에 연유를 조금 넣고 주둥이가 기다란 커피 주전자를 높이 들어 진한 커피를 내리부어준 후, 뜨거운 물을 조금 더 섞어주었다. 앙증맞은 커피 스푼 커피잔 속에 쏙 넣어 완성했다. 


한 모금씩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마셨다. 진한 커피도 맛있었고 따뜻하게 데워진 커피잔도 맛있었다. 밝은 미소를 담아 만들어준 커피는 따스한 온기가 되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커피 한 잔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간장을 쪼르륵 부은 수란을 작은 스푼으로 천천히 떠먹었다. 카야 토스트 네 조각도 모두 먹었다. 수수하고 소박한 한 끼에 배가 불렀다. 꾸밈없이 웃어주는 직원들 덕분에 맛있는 한 끼를 먹었다. 아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햇살 담은 아침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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