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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난 Nov 04. 2024

낯선 병, 하시모토 갑상선염


이쪽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https://brunch.co.kr/@hwannan/50


루푸스…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고요.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닐 것 같지만.

검사해 봐야… 정확히 할 수 있고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스러질 듯한 목소리로 말하던 선생님의 대사 속에서, 나는 신경증 환자답게 가장 나쁜 경우의 수만을 읽어냈다. 루푸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것이 나를 몹시 두렵게 했다. 평생 안고 가야 할 난치병이며, 활성기가 오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온다는 병.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 동안 수도 없이 발작적으로 걱정했다. 자려다가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문득 공포스러웠다. 루푸스면 어쩌지?



당시의 일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했다. 잘 안 됐지만. (이거 엄마도 읽는데 취업은 포기다, 같은 일기를 공개해도 되는 걸까?)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게 환자들에게 실례일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좀 고민을 했지만, 어쨌든 내가 크게 느꼈던 감정이기에 브런치에 적는다.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류마티스내과 진료날이 왔다. 의사선생님은 여전히 낡고 지친 채로 내 피검사 결과를 열었다. 선생님이 찬찬히 결과지를 살피더니 말했다.


갑상선 관련 항체가 양성입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으로 보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물었다. 그게… 뭔가요? 제가 아는 하시모토는 이것 뿐인데요.



그러자 선생님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하시모토병은 ‘자가면역갑상선염(Autoimmune Thyroiditis)’으로도 불리며, 갑상선 자가항체에 의해 과도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갑상선의 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40~60세 사이의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간단한 설명 말미에 선생님은,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류마티스내과 담당 질환이 아니라 내분비내과 담당 질환이므로, 앞으로는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보라고 말했다. 이 과에서 저 과로 떠넘겨지는 듯했다.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압니다.)


4월부터 이비인후과에서 감염내과로, 감염내과에서 류마티스내과로, 류마티스내과에서 내분비내과로 계속 진료과를 옮겨왔으니까. 내분비내과 진료는 가장 빠른 진료가 6월이었다. 내분비내과 예약을 잡고 집에 돌아와 일기를 썼다.


루푸스 아니란다. 또 머쓱해졌네. 다행이다.




6월 말이 되어서야 내분비내과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전에 한 피검사 결과를 보며 설명해주셨다.


출처: https://health.severance.healthcare/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의 소인이 있으나, 다행히 그것으로 인해 갑상선의 기능이 떨어진 상태는 아닙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징후가 나타나는지 관찰하며 살아야 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징후는 대표적으로 추위를 많이 탐, 체중 증가, 변비, 만성 피로라고 합니다. 전 평생 체중 증가로 곤란해본 적이 없으니 아주 분별하기 쉽겠지요?


주기적으로 갑상선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하면 된다는 말에, 내가 걱정스레 물었다. 제가 예방을 위해 해야할 일은 없을까요? (뭐… 물을 많이 마신다거나…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 병은 사람의 힘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증상이 생기면 병원에 오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거 다행인가…? 불행인가…? 하여튼 감사합니다. 근데 내 몸이 아픈 게 갑상선 때문도 아니었다고요? 난 왜 아픈 건데? 혼란이 가득해진 채 나와서, 나는 갑상선 초음파 예약을 잡았다. 의료 파업으로 2달 뒤에나 초음파를 볼 수 있었다.


2달은 병원을 쉴 수 있겠군. 내심 안도하며 나는 캘린더에 초음파 일정을 추가했다.




자꾸 한 주씩 건너뛰어 죄송합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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