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환난 Nov 11. 2024

허리병자가 4개월 꾸준히 재활운동을 해보았다


나는 심각한 허리병자다.


처음 요통이 시작된 것이 고등학생 때고, 내가 28살이니까 인생의 3분의 1을 요통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문제는 별다른 이유가 없단 거다. 병원마다 다른 진단을 내렸다. 퇴행성 디스크, 디스크 내장증, 섬유륜 파열, 섬유근육통, 신체화장애 등등. 한의원에선 체질이 허약하댔고 재활운동센터에선 신체의 부정렬이 심하댔다.


정말 많은 치료를 받았고, 또 실패했다. 만성적인 요통에는 일종의 웨이브가 있다. 조금 나아져 일상생활과 여행을 즐기던 시기도 있었고, 통증으로 아예 생활이 되던 시기도 있었다. 이번 웨이브는 실습 후에 왔다. 어쩌다가 다시 극심한 통증기로 돌아왔는지는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hwannan/34


실습이 작년 10월, 그리고 도수치료와 침으로 아슬아슬하게 회복한 허리가 완전히 망가져 10분도 앉지 못 하게 된 것이 올해 2월. 나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니며 병명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병원 투어를 다니다가 4월이 되었고, 강남세브란스 신경외과와 신경과에서 ‘허리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운동을 해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들은 뒤 나는 재활운동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재활운동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도,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던 시기에 재활PT를 받은 적이 있었다.


https://brunch.co.kr/@hwannan/2


그러나 이때는 정말 통증이 너무 심해서, PT 시간의 절반을 수기치료로 근육을 풀지 않으면 운동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것도 아주 간단한 맨몸 운동밖에 못 했다. 또 운동을 하면 통증이 심해지는 날이 많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흐지부지 그만두고 운동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며 산 지가 수 년.




그래서 내가 선택한 재활 방법은?


유튜브 호주물리치료사(https://www.youtube.com/@mr.physio)의 홈페이지(https://mrphysio.com.au/)에서 체형평가를 받고, 그가 추천해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금전적인 부담이 덜 했다. 재활운동센터는 1회에 7만원인데, 이쪽은 월 2만원이면 들을 수 있었다.

2. 요통 및 병치레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코칭이 절실했다.

3. 허리 말고도 어깨나 무릎, 발처럼 오만 부위가 돌아가며 아팠기에 부위별 클래스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 유튜브에서 외치는 구호가 ‘안전재활’인 게 믿음직했다. 왜냐? 지금까지 재활을 하려다가 오히려 다친 경우가 많았으므로.


광고는 아닙니다. 제 브런치를 걸고, 저는 줄곧 생돈을 내며 4월부터 꾸준히 클래스를 들었습니다.




재활운동을 시작할 무렵 내 상태는 이랬다.

병원에 가면 보여주려고 그렸어요.


빨간 부위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우리하게 아픈 통증이 번갈아 왔다. 통증 점수는 5점 정도. 진통제를 먹어도 별 효과가 없었다.


노랗게 칠한 종아리는 눕는 자세 이외의 모든 자세에서 땅겼다. 20분 쯤 걷거나 앉거나 서면 어김 없이 딱딱하게 뭉쳐 아팠다.


파란 부위감각이 없었다. 특히 엄지발가락과 발바닥이 심했다. 마비되는 건가 싶어 가장 두려움을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회색으로 테두리를 친 왼다리 전체가 무거워서 다리를 질질 끌 듯이 걷게 되었다.


이런 통증과 이상감각을 하루종일 느끼며, 앉지도 걷지도 서지도 못 하니 미치지 않을 리 없었다. 실제로 저는 정신병이 심화되어 건강한 사람이 나오는 유튜브도 못 봤습니다. 더불어 종일 누워있으니 이석증이 왔고요. 면역력이 떨어져 개고생을 했습니다. 그건 이전 게시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hwannan/40




체형평가를 위해 의외로 답해야 할 문항이 많았다. 우선 전후좌후와 발등, 발아치 사진을 찍었다. 눈을 감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등, 몸의 불균형을 파악하기 위한 스트를 하고 그 결과도 적어야 했다. 다음 날 체형평가 결과지를 메일로 받아볼 수 있었다. A4 1페이지 가량의 긴 내용이었지만 축약해서 옮긴다.


내 체형평가 결과와 추천 운동 코스는 이랬다.


골반이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보상으로 어깨가 왼쪽으로 돌아간 체형. 거기에 골반 스웨이백으로 백니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보임. 주 4~6회 코어/허리강화 클래스와 주 2회 목디스크 클래스를 따라하기를 권함.



그래서 나는 운동을 했다. 얼마나? 4개월 동안 꾸준히.



아파서 운동이 불가능한 날이 아니면 최대한 운동하며 주 4회는 무조건 지켰다. 재활운동 이외에는 최소 4천보를 걷고, 자유수영을 주 1회 가는 걸 목표로 했다. 나아지고 있는지 경과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해서, 5월부터는 하루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을 스톱워치로 재가며 생활했다.


물론, 운동을 너무 하기 싫어서 요가매트를 펴놓고 그 위에 넋 놓고 앉아있던 날도 있다. 운동을 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는 것 같아 중간에 중단하고 공포에 떨던 날도 있었다. 그래도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게 남아있다면, 이번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진짜로 꾸준히 하는게 힘들었어요….


어디서 무언가를 매일 2주씩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다소 구라 같다. 나는 재활운동을 4달을 해도 재미가 없고 너무 하기 싫었다. 저런 카톡이 정말 많이 남아있다…. 허리 상태가 안 좋거나 방사통이 심하면 그걸 핑계 삼아 쉬고 싶었고, 발목을 삐어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못 하게 된 날에도 핑곗김에 쉬고 싶었다.


그래도 단 반 세트만이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자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매트를 펼쳤다. 발목을 삔 날엔, 발목을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느냐고 질문해서 그것만 따로 할 정도였다.


아픈 부위가 생기면 그 부위의 운동을 추가했고, 가장 기초 단계의 코어 강화 운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되자 전신운동 단계로 넘어갔다. 처음엔 단 2회도 어렵던 동작이 점차 수월해져 8회씩 2세트도 가능해졌다.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서서히 일어나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4달이 지났고, 결과는 이다.


1. 6월 말이 되자 파랗게 칠했던 부위의 감각 이상이 사라졌다. 감각 저하와 저린 느낌이 없어졌다. (왜일까?) 그래서 리리카도 끊다시피 하게 되었다. 진통제를 먹은 날도 달력에 표시해놓았는데, 확실히 빈도가 줄었다.


2. 7월엔 하루에 4시간 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조금 코어라는 게 생긴 느낌. 앉을 때 덜 힘들어졌다. 지금은 재활운동센터를 다니며 상태가 약간 더 나아졌지만, 한 번에 40분 정도는 무리 없이 앉을 수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정도만 앉을 수 있어도 최소한 밥을 마시다가 체하진 않게 된다.)


3. 9월 무렵이 되자 평소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앉지만 않으면 방사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삶의 질을 어마어마하게 개선시켰다. 통증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나는 원래 기상통은 심하지 않고, 종일 허리에 조금씩 쌓인 데미지로 자기 전 제일 아팠는데, 자기 전 통증도 2점 정도로 유지되었다.


4. 물건을 주울 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무릎을 굽히는 게 힘들지 않다. 허리 아픈 사람들은 숙여서 물건 못 집으니까 스쿼트하는 것처럼 몸을 낮추잖아요? 근데 이 짓을 하면 원래는 무릎이 아파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는데 그걸 무탈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아래 선반 깊숙이 있는 라면도 꺼내고 그럽니다.


5. 국내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중간중간 벤치나… 여기저기 누워대고 그러긴 했는데요… 그래도 1박 2일로 강원도를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소소하게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려올 수 있게 됨, 통증 없이 밥을 해먹을 수 있게 됨, 혼자서 양말을 신을 수 있게 됨, 구두주걱 없이도 신발을 신을 수 있게 됨… 등의 개선점이 있었네요. 참 당연한 일인데 저게 다 힘들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몸이 회복될 걸수도 있고, 재활운동 말고 다른 요인이 개입하여 나아진 걸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회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 경험을 쌓아보았다는 점이다. 허리만 아픈 게 아니라 정신도 아픈 나에게는 이 경험이 큰 위안을 주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많이 줄어들어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30분 정도 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재활운동센터에 등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10월부터 재활센터에 다닌 이야기는 다음 주에 올리겠습니다.


반드시 나와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회복을 위해 주체적으로 무언가 시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도 무기력해지기 쉬운 병이니까.


그럼 여러분도 안전재활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