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센터. 허리가 아프고 여기저기 통증이 있다는 고민에 사람들이 흔히 내놓는 해결책 중 하나다.
지난 4개월 동안 집에서 꾸준히 혼자 운동을 하며,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심이 많이 옅어진 상태였다. 코어도 조금은 강해져서(그래도 일반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하다) 밴드를 쥐고 하는 데드버그나 사이드 플랭크처럼 난도가 있는 동작도 어느 정도 따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이동 반경도 살짝 넓어졌다.
이제 오프라인으로 재활운동을 배워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찾아보았을 때 재활운동센터도 종류가 여럿이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누자면 운동선수들을 주로 담당한 물리치료사가 차린 스포츠재활센터, 뇌병변 장애나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를 위한 재활센터, 통증 치료와 교정 목적을 가진 재활센터 정도가 되겠다. 내가 원하는 재활센터는 물론 세 번째였다.
그래서 지도 앱에 ‘재활센터’를 검색해 보았다.
우선 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 딸린 재활센터는 제외했다. 경험상 병원에 딸린 재활센터에서 하는 것은 주로 수동적인 수기치료였고, 혼자서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우고자 하는 내 목적과 맞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 보여도 거리가 편도 30분 이상 걸리는 재활센터도 제외했다. 가는 동안 체력을 다 써버리고 통증이 생긴 상태로 센터에 도착하면 모처럼 받는 운동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재활운동센터는 단 한 곳이었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이면 훌쩍 갈 수 있는 거리였고, 물리치료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원장님 1명이 차린 센터였다. 44,000원을 내고 1회 50분의 체험 수업과 상담을 예약했다.
선생님은 첫 수업 내내 복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장해서 말하면 복압으로 시작해 복압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배를 복식호흡 하는 것처럼 부풀린 양압의 상태를 평소에도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 했다. 이 부분이 한 달은 혼란스러웠는데, 이전에 집에서 영상을 보고 재활운동을 할 때는 배를 쏙 집어넣는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람에 따라 맞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상담에서 나는 나의 세 가지 목적을 말했다. 첫 번째는 하루 5시간을 앉는 것, 두 번째는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우는 것, 세 번째는 통증을 줄이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다른 부분은 몰라도 통증은 워낙 개인차가 심하기에 줄어들 거라고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그가 통증을 줄여줄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서 오히려 믿음이 생겼다.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고, 아니 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뒤통수를 맞아서인가.
그렇게 10회 73만 원, 1회 7만 3천 원짜리 수업이 시작되었다.
간단한 골반 스트레칭을 2주 동안 배웠다. 3주 차에 들어섰을 때부터 선생님은 운동 강도를 높여, 필라테스 기구 위해서 하는 동작을 한 수업에 2가지에서 3가지 정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일반인처럼 운동할 수 없었다. 보통 헬스나 필라테스라고 하면, 트레이너가 ‘회원님 한 개만 더요…’하면서 시간을 끄는 장면을 상상하겠지만, 나는 통증이 느껴지거나 무리가 오면 바로 운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각도나 동작을 찾아 다시 조심스럽게 시작하거나, 혹은 휴식했다. 혼자서 운동할 때는 통증이 느껴져도 참고 운동을 해야 할지, 아니면 쉬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센터는 선생님이 옆에서 그것을 전문성 있게 판단해 주는 점이 좋았다.
“저 오른쪽 엉덩이에 방사통이 느껴져요.”
“그러면 휴식하시고 발을 약간 넓혀서 해보실게요.”
“저 팔에 힘이 다 빠져서 힘들어요….”
“그건 조금만 참고 2번 더 해보실게요.”
“더 가면 다칠 것 같아요. 무서워요.”
“가동 범위를 줄여서 2번만 더 해보실게요.”
수업 내내 이런 대화가 오갔다. 내 허리는 수개월 간의 통증으로 이미 만성적인 운동공포(kinesiophobia) 상태에 있었다. 내가 정말로 할 수 없는 동작과, 할 수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하지 못 하는 동작을 구분하는 시간들이었다.
보기에는 우스운 동작들인데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다리가 다 풀렸다. 난간을 잡지 않고서는 계단도 내려올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그리고 4회쯤 수업을 진행했을 무렵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살 것이 있어서 근처에 있는 쇼핑센터로 향하는데, 이상하게 내 골반이 비틀어진 느낌이 들었다. 왼쪽 골반을 내밀고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운동을 잘못해서 고장 났나? 하지만 통증은 없었기에 그대로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와 옷을 벗고 골반을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골반 불균형으로 오른쪽을 향해있던 배꼽이 정중앙으로 돌아와 있었다. 운동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호주물리치료사 체형평가 항목에 복압을 넣으면 배꼽이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난 항상 힘을 빼면 배꼽이 오른쪽으로 돌아가있고 배에 힘을 주면 중앙으로 돌아오는, 전형적으로 틀어진 골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재활센터 10회 차로 몸이 나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낫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은 정말로 정직했다. 체형 불균형은 많이 교정이 되었으나, 통증은 약간 나아진 정도다. 그러나 움직임은 확실히 좋아졌고, 일상적인 동작을 할 때 겁을 먹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재등록은 하지 않았다. 센터에서 배운 몇 가지 운동을 무인필라테스샵에서 주 1회 정도 복습하고 있다. 센터에 가지 않게 되어도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꾸준히 운동할 예정이다. 운동을 하고 나면 조금이나마 통증이 호전되고, 코어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혼자서 운동하는 방법을 배웠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비싼 값어치, 했습니다.
이게 가장 최근의 근황이다.
아직 내가 낫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남아있을까?
7월 경에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해서 약 4달 동안 2월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쭉 써 내려갔다. 쓰면서 느낀 점은, 막상 아플 땐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처럼 느껴졌는데 적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거다. 고작 1000여 자로 압축될 정도의 고통. 실비 청구를 하고 나면 새까맣게 잊어버릴 병치레.
앞으로 또다시 고난이 찾아오더라도 와, 병치레가 진짜 풍년이네… 하면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고난이 안 찾아오면 제일 좋지만. 아직 요통이 낫지 않았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도 없고, 애매하게 백수인 상태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잘 넘겨가며 살아보려고 한다.
이 브런치북은 다음 주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