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이 한번이라도 제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곳에 있다면 그 책은 있어도 있는 게 아니다. 자기가 대출해서 들고 가기에는 귀찮고 그렇다고 남이 빌려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책 코드와 전혀 다른 서가에 꽂아 자기만 찾아 볼 수 있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다시 제자리에 돌려 놓으면 다행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하면 그 누구도 책을 찾을 수 없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조금만이라도 이탈하면 사람은 존재해도 존재한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찾지 않고 도움 줄 수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일까? 책은 사서가 찾아서 자기 자리로 되돌려주지만 내 스스로 이탈한 삶의 궤도는 누가 대신 되돌려 주지도 않는다.
가끔씩 자기 삶의 궤도에서 너무 벗어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자신의 궤도에서 잘 뿌리내렸으면 한다. 궤도를 이탈한 것이 아닌, 자기만의 새로운 궤도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