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달. 내 마음도 꽃피는 봄

봄의 전령 I 히야신스

by 화온


코로나가 한창인 중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오고,


가벼워진 옷차림과 푸릇하게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며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이들과 하루 한번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봄의 첫 전령, 구근식물 중 하나인 히야신스 화분을 샀다. 핑크색과 보라색 꽃이 있었는데 작은 아이는 어느 색 꽃으로 할까 한참을 망설였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까만 비닐봉지 속 화분이 흔들릴까 고사리 같은 작은 두 손으로 화분을 꼭 안고 조심조심 걸었다.

전에 사두었던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기로 했다.

흙을 좀 더 넉넉히 넣어주고 구근을 옮겨 심었다.

푸슬푸슬한 흙을 만지는 내 손의 느낌이 좋다. 화분을 깨끗이 목욕재계시켜주고 큰아이가 산책길에 주워 온 예쁜 납작이 돌을 올려주니 '이런, 너무나 예쁘다!'


집안은 따뜻했고 며칠이 지나니 쨍한 보랏빛 예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은 꽃이 뿜어내는 향기란, "나 여기 예쁘게 피었어 좀 봐봐~"하며 거실을 다 채울 만큼 조금은 요란스럽게 그 향기를 내뿜었다.

아이들은 향이 너무 강한지 코를 살짝 막았지만 거실의 예쁜 꽃이 싫지 않은 눈치다.




우리 집 새 식구, 히야신스 너를 그려줄게.

그림을 그리기 전 오늘도 따뜻한 차 한잔을 준비한다. Silver Moon Tea, 선물 받았던 예쁜 이름을 가진 차에서는 베리와 바닐라 향이 났다.

몸이 안 좋아졌을 때 커피를 멀리하고 마시기 시작한 차이다.

차는 그 향을 느끼고 차 잎이 우러나는 빛깔을 바라보는 게 참 좋다. 또 차를 우리는 2-3분의 기다림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아이들과 24시간 동고동락하는 날들 속,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로 예쁜 찻잔을 꺼내어 차를 따른다. 꽃을 바라보고 향이 좋은 차를 음미하고.. 어떻게 보면 ‘이거 너무 호사스러운데!’할 수 있지만, 난 이 시간을 위해 히야신스를 산 현금 3000원과 차를 타는 5분의 시간을 들였을 뿐이다.

꽃을 사 와 예쁜 화분에 담아줬고, 고이 모셔두었던 찻잔을 꺼내어 따뜻한 차 한잔을 만들었다.

달라진 건 이 모든 걸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낯설었지만 참 좋았다는 것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고 있던 구근식물들이 살며시 싹을 피워 낸다. 양파처럼 생긴 뿌리와 초록 잎 사이에서 과연 어떤 꽃이 필까, 꽃은 어떤 색일까? 설레는 기다림이다. 구근식물은 알뿌리 식물이라고도 하는데, 땅속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내한성이 강하고, 그 알뿌리에 모든 영양분을 담고 있다고 한다. 수선화, 무스카리, 튤립 등 많은 알뿌리 식물들이 있는데, 히야신스는 그 색이 다양하고 꽃이 피면 그 꽃이 질 때까지 향이 강하게 풍긴다. 귤향, 꽃향, 알코올 향이 더해져서 히야신스만의 특유한 향이 나고, 그 오일을 추출해 향수도 만들어 판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에도 히야신스가 한눈팔지 말고 나만 바라보라는 듯 매력적인 향을 계속 건넨다.


1월 4일의 탄생화인 히야신스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히야신스 꽃에 담긴 전설이 있는데, 아름다운 청년이 나오는 그리스 신화다. 아름다운 왕자 히야신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깊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심하게 질투한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히야신스와 아폴론이 원반 던지기를 하며 놀고 있을 때, 이때다 하며 거센 바람을 불게 해 원반을 히야신스의 머리에 부딪혀 죽게 하고 말았다. 슬퍼하던 아폴론이 히야신스의 피를 바닥에 뿌려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게 해 주었고 그 꽃이 바로 히야신스라고 한다.

내가 동경하는 동화작가이자 원예가인 타샤 튜더 할머니는 봄이 오면 정원 가득 구근을 심었다.


이듬해에도 예쁜 꽃을 보고 싶어서 꽃이 지고 나면 다시 또 부지런히 구근을 심어요._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책을 보면 눈이 녹으면서 여린 구근의 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모습의 사진이 있다. 겨우내 꽁꽁 얼었을 땅 속에서 구근들은 양분을 저장해 두었다 때가 되면 이렇게 초록잎을 올리는 모습이, 살면서 어떠한 일로 움츠러져 있다가도 또다시 일어나 각자의 삶을 다시 잘 살아가는 우리들, 사람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날, 작은 화분 하나가 우리 집에,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봄을 전해 주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어요.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_타샤 튜더

작은 꽃을 사고 그 향기를 맡고, 따뜻한 차와 그림을 그리며 느낀 행복은 봄을 찾던 내 마음 안에 있었나 보다.

바쁜 날들 속 나는 이러한 마음의 행복을 또 망각하고 살아가겠지만 지난봄을 돌아보며 마음에 새겨 본다.


‘마음먹기’에 달린 ‘행복하기’를 기억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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