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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화온 Aug 07. 2024

2. 취업을 했더니 길을 잃었다.

인생의 목표가 취업은 아니었을텐데 

내 나이 30. 적은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늦은 것도 아닌 나이에 30살에 막내 타이틀을 달고 신입사원이 됐다.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만족감은 완벽할 정도로 좋다. 아예 스트레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은 내가 더 잘하고 싶은 것에서 나오는 스트레스지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10시 출근에 6시 칼퇴다. 적게 일하고 나는 많이 벌고 있다. 


3월의 마지막날-

3월에 첫 출근을 해서 바쁘고 어지러운 한달을 보낸 뒤 이제는 하고 싶던 공부도 하고, 돈도 벌면서 멋진 직장인이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나는 갑자기 커다란 무기력함에 쌓였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어느정도였냐면 퇴근하고 그리 힘들지 않은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날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돈을 벌고 그동안은 어려워진 집 때문에 대학교 졸업도 늦고 돈을 벌고 채우는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벌고 쓰는게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행복한 감정보다는 앞으로가 더 두렵고 무엇을 해야할지 아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온 세상이 까맣고 그 속에 나만 하이라이트를 비추는 느낌이었다. '아 길을 잃었다.' 이 표현이 딱 맞았다. 번아웃이나 그동안 고생했으니 그런거다 라는 어줍잖은 말이 아닌 인생의 길을 잃어버렸다.


그동안 급급하게 돈에 허덕였으니 당장의 돈을 채우기 위한 일과 이제는 그것에 벗어나 '우선'대학교를 먼저 졸업하자. 그다음엔 '우선'먹고 살려면 취업을 해야지. 그렇게 '우선'해야지 하고 지냈던 나의 20대에 미래적인 생각을 할 틈 따윈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 미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니 당장의 것들을 바라보며 살았던 것 같다. 조금은 희망찼으면 어땠을까.


우선에 우선을 거듭하다 보니 취업에 도달했고, 생활이 안정되자 내 인생이 그동안 돈을 위한 행위들이 목표였음을 깨달았다. 즉, 취업이 인생의 목표였다. 그리고 취업을 했으니 인생의 목표가 없어진거다. 커다란 대기업, 연봉을 많이 주는 기업에 취업하기가 아니라 그냥 취업하기 자체가 목적이었다. 나에게 취업이란 번지르르한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단어였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생존 그 자체였다. 


그리고 생존을 하고 나니 허허들판에 배고플때만 사냥을 하는 사자마냥 게을러지고 원동력 자체를 잃었다. 이직을 위해 준비해야하나? 지금부터라도 무언가 도전해야해? 나도 릴스 매일찍어서 올려? 라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아냐 건강을 챙겨야해? 등등 생각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고 오히려 너무 많은 생각들에 눌려서 으스러지기 직전이었다. 글을 쓰게 된 계기 또한 이렇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르겠다."로 끝났다. 3월부터 글을쓰는 시점인 7월, 4개월을 치열하게 고민했음에도 잘 모르겠다. 이직을 위해서 살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회사가 아니다. 회사를 바라보면 회사가 날 버리거나 회사라는 타이틀이 없어졌을 때 나는 그저 빈껍데기에 가까울 것 같다. 그렇기에 나를 위한 무언가를 찾아야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찾게 된게 철학이다. 소크라테스 이런류의 철학이 아닌 강하고 굳센 나의 학문. 내 인생에 대학 학문을 찾고 깊게 고민해보고 싶다. 그 답이 정답이 아닐지언정 지금 내 인생의 타이밍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하라고 말하고 있음을 나는 확신한다. 


오늘밤도 나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라며 


오늘밤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뇌한다.
이 고민의 끝에 나는 어디에 도착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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