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학부모 민원으로 세상을 등진 초등교사 얘기가 이슈였다. 많은 선생님이 나날이 어려워지는 학교 상황에 좌절하고 분노했다. ‘탈교사’ 해야 한다고 밥 먹듯 얘기하면서도 탈출하지 못하고, 의원면직을 고민하면서도 꾸역꾸역 버티는 마음의 기저에는 ‘밖에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이 깔려있다. 나만해도 휴학을 고민하던 4학년 때 '교사들은 세상 물정 몰라서 다른 일 못한다, 교대생은 고졸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으며 결국 임용고시를 치기로 결심했으니까.
최근 주변에서 이직 준비를 한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대부분 의치한약수 대학에 갈 목적으로 수능 공부를 하거나 전문직 시험을 준비한다. 나 또한 한의대나 로스쿨에 들어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만약 수능을 못 보면? 전문직 시험에 떨어지면? 그땐 다시 학교에 돌아가야 할까? 정말 이런 방법밖에는 없을까? 아니면 혹시 운이 좋아 성공한다고 쳐보자. 그 업계가 계속 잘될 거라는 보장이 있나? 10년전까지만 해도 서울교대 입결은 연고대 하위과와 비슷했다. 지금은? 2024 서울교대 수시에서 미등록 비율이 80퍼센트를 넘었다. 교사하며 죽어라 공부해서 '의치한약수 변회세'가 된다해도 그곳이 평생 낙원일 수 있을까?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어차피 무슨 직업이든 애환이 있다면, 차라리 내가 오롯이 원하는 일을 선택하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찾아보니 전문직 루트가 아니더라도 다른 직업을 찾아 교직을 떠나간 사람들이 있었다. 교대 나와서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해보고 싶었다. 이 인터뷰가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다른 일을 하며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여러분 힘들어도 죽지 마세요. 차라리 때려치워요. 우리 다른 일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 사람들은 유독 여교사들에게 ‘여자 직업으로 이만한 게 없다, 교대 나와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물론 맞는 부분이 있겠죠. 하지만 이 말이 전부라고 믿으면 죽고싶을 만큼 힘들 때조차 다른 직업을 생각도 못 하게 됩니다. 과연 여자 직업으로 교사가 최선일까, 교대 나와서 다른 일은 못할까 처음부터 짚어보려 합니다.
- 교대 온 걸 후회하는 교대생들이 어쩔 수 없이 수능을 다시 보거나 꾸역꾸역 임고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교사들이 진상 학부모나 학생을 만났을 때 억지로 버티면서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 학교 안에만 있으면 비슷한 삶의 형태만 보게 되니까 그만 두기 어려워집니다. 교대 나와서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는, 자기 삶을 찾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려 합니다. 이 인터뷰가 새로운 삶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